[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누구를 위한 '치인트'였나.
tvN 월화극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분좋은 시작을 했던 웰메이드 기대작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가 숱한 논란을 뿌린 끝에 막장극으로 마무리 됐다. 로맨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던 드라마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막장극'에 필수 클리셰를 모두 섭렵하며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로맨스릴러'로 시작했지만 극 중분부터 '스릴러'가 실종되더니 누구의 사랑도 이뤄지지 않은 결말에서는 '로맨스' 마져 실종됐다.
산을 타기 시작한 작품도 작품이지만 '치인트'는 둘러쌓던 숱한 논란으로 팬들에게 기억될 작품이다. 주인공이자 드라마의 핵심이 되는 유정 캐릭터의 분량 실종으로 시작된 이번 논란은 유정을 연기하는 박해진이 인터뷰를 통해 분량과 캐릭터 변질에 대한 불만은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더욱 가속화 됐다. 박해진은 "이윤정 PD에게 묻고 싶다"라는 말까지 했다. 드라마가 종영이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주연 배우가 연출자를 저격하는 초유의 사태였다. 이에 대해 이윤정 PD는 입을 꾹 닫았다. 논란은 계속됐지만 이 PD는 매체와의 인터뷰를 모두 거절했다.
이후 원작자와 제작진의 갈등이라는 또 다른 논란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원작자 순끼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제작진이 드라마를 '원작에 충실하게' 제작한다고 밝혔지만 제작진으로부터 연락 한 통 받지 못했기 때문에 드라마가 어떤 내용으로 제작되는지 알 수 없었다"며 "시나리오 공유를 요청하자 '드라마 대본의 철통보안'이라는 이유로 원작자인 제게도 6화 이후로 공유가 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또한, 드라마의 엔딩에 관련해 "14화 촬영 직전, 원작과 다른 엔딩을 해달라고 했지만, 엔딩 내용은 물론이고 연출마저 흡사했고, 저는 이 부분에 항의하며 엔딩을 다르게 하라고 재요청했다"고 말해 원작 팬들을 분노케 했다.일련에 사태에 대한 네티즌과 팬들의 원성과 비난이 심해지자 입을 닫고 있던 제작진은 종영까지 지난 2월 29일 입을 열었다. 제작진은 "제작에만 함몰된 나머지 원작자에게 중반 이후부터 대본을 공유해야 하는 부분을 놓쳤다. 특히 중요한 엔딩에 대해 촬영에 임박해서야 대본을 공유했던 점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원작자 순끼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분량이 축소된 박해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배우에 대한 이야기는 "드라마에 참여해준 배우들께 불편함을 느끼게 해드려 죄송한 마음이다"는 내용 뿐이었다.
'커피프린스' '태릉선수촌' '골든타임' '하트투하트' 등을 연출하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대표 PD로 이름을 날렸던 이윤정 PD는 '갑질' PD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박해진은 열심히 캐릭터를 분석하며 준비했지만 언제부턴가 드라마의 조연보다 못한 신세가 됐고, 연출자의 불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배우가 됐다. 김고은과 서강준은 '인생 캐릭터'라고 불릴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음에도 논란으로 인해 얼룩져 버렸고, 엉뚱하게 욕까지 먹고 있다.
원작자 순끼는 자식같은 자신의 작품이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걸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 됐고, 개국 10주년을 맞아 웰메이드 드라마를 연이어 내놓고 있는 '드라마의 명가'로 우뚝 선 tvN도 꼴이 우스워졌다. 원작과 드라마를 사랑했던 팬들의 실망이야 말할 것 도 없다.
결국 '치인트'는 모두 에게 상처로 남을 드라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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