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코너는 프로농구 플레이오프를 대비해 만들었다. 워낙 중요한 경기다. 빛과 그림자가 명확히 갈린다.
'니갱망'이란 단어는 인터넷 상에서 많이 쓰는 단어다. 강을준 감독이 LG 사령탑 시절 작전타임 때 자주 얘기했던 '니가 갱기를 망치고 있어'의 줄임말이다. 최근에는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선수를 지칭하는 단어로 폭넓게 쓰인다.
패자를 폄훼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승자가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지만, 독자가 궁금한 패자의 변명도 알려주자는 취지다. 플레이오프와 같은 절체절명의 경기에서 주요한 선수의 부진, 찰나의 순간 실수는 패배로 직결된다. 하지만 그들의 실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플레이오프에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할 정도의 선수는 모두가 인정하는 기량과 실력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실수를 교훈삼아, 더욱 분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
28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과 동부의 플레이오프 6강 2차전 '오늘의 니갱망' 주인공은 동부 두경민이다.
사실 동부가 2연패 한 이유 중 하나는 최대 강점인 골밑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김주성은 몸이 완전치 않은 상황. 오리온 입장에서 정상적으로 막을 수 없는 로드 벤슨 역시 활동폭이 현격히 줄어들었다.
때문에 코트 바닥으로 향하는 리바운드 공은 날쌘 오리온 포워드들이 재빨리 걷어갔다. 게다가 수비폭이 줄어들면서 4쿼터 중반 이승현에게 결정적인 오픈 3점슛 2방을 허용하기도 했다.
이 부분은 동부의 현실이기도 하다. 이 상황에서 부족분을 메울 수 있는 카드는 동부 포인트가드 두경민이다.
그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매서운 공격력을 보였다. 팀은 완패했지만, 14득점, 5리바운드, 6어시스트.
하지만 그가 짊어진 부담은 너무나 많았다. 김주성이 외곽에 겉도는 상황. 벤슨의 활동폭마저 완전히 줄어들었다. 골밑 장악력이 현격히 떨어진 상황에서 두경민이 해야 할 부분은 너무나 많았다. 강한 활동력으로 오리온 조 잭슨이나, 미스매치 나는 오리온 포워드진을 수비해야 했다. 게다가 찬스가 변변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3점포와 돌파, 그리고 템포 조절을 위한 포인트가드로서 게임 리드도 필요했다.
결국 2차전에서 두경민은 부진했다. 결국 4득점, 4리바운드에 그쳤다. 1차전과는 극과 극의 경기력이다. 게다가 경기 중간중간 패스 타이밍을 놓치면서, 골밑의 우위를 확실히 챙기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두경민을 탓할 수는 없다. 절대 강점인 골밑 메커니즘이 무너진 상황에서 그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두경민은 2차전이 끝난 뒤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수비에서 포워드를 막고, 리드도 신경 써야했기 때문에 뭔가 꼬인 부분이 있다"며 "3차전에는 좀 더 간단한 농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즉, 팀동료가 비어있으면 패스를 하고, 오픈 찬스가 나면 돌파나 슛을 던진다는 의미다. 오리온이 가장 무서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고양=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