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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한번 못해보고 은퇴? 우승에 목마른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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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작고한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는 뉴욕 양키스 소속으로 10번이나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메이저리그 우승반지 10개를 낀 선수는 요기 베라가 유일하다. 지난해 선수 생활을 마감한 뉴욕 양키스의 '캡틴' 데릭 지터, 2013년 은퇴한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 포수 호르헤 포사다는 나란히 우승 반지 5개를 모은 '우승 반지 콜렉터'다.

메이저리그에 뉴욕 양키스가 있다면, 일본 프로야구에 요미우리 자이언츠, 한국 프로야구에 해태 타이거즈가 있다. 1960~1970년대 최강 요미우리 중심 타선을 이끈 오 사다하루(왕정치), 나가시마 시게오는 11번이나 재팬시리즈에서 우승 삼페인을 터트렸다. 오 사다하루-나가시마의 'ON 타선'은 1965~1973년 요미우리의 재팬시리즈 9연패를 이끈 주역이다.

'가을까치' 김정수는 해태 주축 투수로 8차례 정상에 섰고, 김성한 전 KIA 타이거즈 감독과 한대화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은 7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타이거즈가 가을야구를 하면, 어김없이 우승하던 시절이 있었다.

2000년대 이후 최고의 팀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도 우승 단골들이다. 주장 박한이와 지난해 은퇴한 진갑용, 2014년 시즌 후 한화로 이적한 배영수가 우승 반지 7개를 모셔두고 있다. 지난해 한화 유니폼을 입은 권 혁은 "삼성 소속으로 여러번 우승을 경험했는데, 이글스에서 다시 한번 우승을 맛보고 싶다"고 했다. 이들을 보면 우승이 좀 만만해보이고, 쉬워 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우승 근처에도 못 가보고 유니폼을 벗는 최고 클래스의 선수가 적지 않다. 선수 개인 역량이 중요한 야구지만 어디까지나 팀 스포츠. 선수 개인 기량이 모여 팀 전력이 만들어지는데, 전력 외에 여러가지 요소가 받쳐줘야 우승이 가능하다. 균형잡힌 선수 구성에 선수와 코칭스태프간의 끈끈한 신뢰, 그리고 운까지 따라줘야 한다. 그러고도 어려운 게 우승이다. 요즘 FA(자유계약선수)들이 계약을 고민하면서 연봉못지 않게 중시하는 게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인가'이다. 메이저리그나 한국 프로야구 모두 비슷하다.

약물시대의 성과로 의심받긴 하지만,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762홈런, 단일시즌 최다 73홈런, 7차례 MVP 수상. 범접할 수 없는 성적으로 한시대를 호령했던 베리 본즈에게 빠지는 게 하나 있다.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다. 1986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데뷔해 2007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은퇴할때까지 통산 22시즌을 뛰었는데, 한번도 우승을 못했다. 야구의 신은 그에게 모든 걸 허락하지 않았다.

지난 1월 6일 메이저리그 명예의전당 투표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인 99.32%를 기록한 켄 그리피 주니어도 마찬가지다.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시작해 신시내티 레즈,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거쳐, 시애틀로 돌아와 2010년 은퇴할때까지 22시즌을 뛰었다. 통산 630홈런-1836타점에 40홈런을 때린 시즌이 7번. 그러나 열망했던 월드시리즈 우승없이 라커를 비웠다.

지난 2001년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블루웨이브에서 시애틀로 이적한 이치로는 지난 15년간 한번도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약체 시애틀 소속으로 뛰던 이치로는 2012년 7월 트레이드를 자처해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었다. 하락세를 타고 있는 시기에 새 팀에서 심기일전하고 싶다고 했는데, 우승에 대한 열망이 크게 작용했다.

보스턴 레드삭스에서만 뛴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도 당연히 우승없이 선수 생활이 끝났다.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 박찬호도 우승 가능성이 있는 팀을 찾아나섰지만 실패했다. 현역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도 아직 우승 반지가 없다.

이대호는 다른 리그로 이적해 꿈을 이룬 케이스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 타격 7관왕에 올랐던 이대호는 소프트뱅크 호크스 소속으로 2014년 첫 우승을 경험했다. 빙그레 이글스 시절의 타격왕 이정훈은 선수 은퇴 후 한화 코치로 1999년 첫 우승을 맞았다. LG 트윈스를 대표했던 타자 이병규(9번)는 트윈스가 아닌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2007년 유일하게 우승을 맛봤다.

KBO리그 레전드급 현역 선수 중에서 우승을 못해본 대표적인 선수가 한화 김태균(34)이다. 지난 2001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입단해 신인왕을 차지하고 통산 타율 3할2푼을 기록중인 이글스의 얼굴. 하지만 우승을 인연을 맺지 못했다. 최근 몇 년간 전력보강에 총력을 쏟은 한화와 함께 김태균이 올해 첫 우승 꿈을 이룰까.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