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기대주 투수, 30세 전성기 투수, 36세 베테랑 투수. 세 명이 나란히 올시즌 보직을 바꾼다. 조상우(넥센)와 윤석민(KIA), 그리고 봉중근(LG). 셋은 지난해 불펜에서 던졌지만 올해는 선발로 뛴다.
조상우는 최고 시속 150㎞대 강속구를 뿌리는 우완 정통파 투수다. 넥센의 불펜 마당쇠로 활약한 바 있다. 넥센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차세대 에이스다. 윤석민과 봉중근은 나란히 마무리 투수에서 선발로 돌았다. 경험과 노하우는 따로 설명 불필요. 둘 다 최고 자리에 서 봤다.
준비는 차곡 차곡 이뤄지고 있다. 조상우는 올겨울 살을 뺐다. 10㎏ 감량은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지구력을 뒷받침한다. 흔히 마무리 투수는 강속구, 선발투수는 다양한 구종이 필수라고 하지만 조상우는 자신이 가진 강점인 강속구로 게임을 풀어나갈 생각이다. 강속구에 속도차가 있는 변화구를 섞는다. 관건은 제구다. 제구만 된다면 빠른 볼 이상가는 무기는 없다. 조상우는 애리조나 캠프에서 투구 수를 늘리는데 주력했다. 많이 던지고, 휴식을 길게 가지는 패턴으로 몸을 선발용에 적응시키고 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조상우에 대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조상우가 성공한다면 넥센은 장원삼 이후 제대로 된 토종 두자릿 수 승리 에이스를 보유하게 된다. 염 감독은 "넥센 뿐만 아니라 우완 파워피처가 드문 상황에서 한국 야구 전체로도 큰 축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윤석민은 차근 차근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2014년 겨울 계약이 늦어지면서 훈련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볼티모어에 입단했다. 결국 일이 꼬여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KIA로 유턴했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몸만들기 차질이 빚어져 당초 예상했던 선발 에이스 역할을 맡지 못했다. 하지만 윤석민은 마무리로 KIA의 5강전쟁을 막판까지 함께했다.
윤석민은 개막에 맞춰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양현종과 함께 개막전-홈개막전을 책임질 가능성이 크다. 윤석민이 제기량만 발휘하면 양현종, 새로 영입한 헥터 노에시, 지크 스프루일과 함께 막강 4인 선발진이 구성된다. 지난해부터 고민을 키웠던 방망이만 터지면 가을야구 멤버로 손색이 없다.
봉중근은 올해가 선수 인생 분수령이다. 지난해 마무리로 구위가 떨어져 고생했고, 팀은 표류했다. 올해 선발로 변신, 본인은 150이닝 소화의지도 피력하고 있다. 지난 시즌 막판부터 선발 전환 프로젝트가 시행되고 있다. 준비는 순조롭다. 체중감량과 웨이트 등 몸만들기에 공을 들였다. 소사와 봉중근, 우규민 류제국에 새로 올 외국인투수 1명까지 더해지면 타팀에서 부러워할만한 5선발 체제가 꾸려진다. 지난해 9위로 자존심에 생채기가 났는데 부활 열쇠를 봉중근이 쥐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