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료품업계의 강자인 풀무원이 물가상승률이 0%대로 안정되고 있는 가운데 서민층에게 절대적인 음식인 두부 가격을 크게 인상하면서 도마에 올랐다.
특히 두부 원료인 콩 가격이 내렸음에도 풀무원은 오히려 가격을 5%나 올림에 따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22일 "두부는 서민식탁의 단골 메뉴"라며 "풀무원의 두부 가격 인상은 동종업계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다른 장바구니 식품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 단체는 "풀무원이 실적 부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콩 값 내릴 때는 침묵하더니, 납득하기 어려운 기습 인상
국내 두부시장 점유율 49%인 1위 업체 풀무원은 지난 1월 제품값을 평균 5.3% 인상했다. 이에 따라 국산콩 두부인 '풀 연두부'(250g) 소매가격이 1500원에서 1600원으로 6.7% 오르기까지 했다. 당시 풀무원은 "콩 값과 포장재 가격, 임금 인상분 등을 반영해 2011년 이후 처음으로 가격을 인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소비자단체협의회의 물가감시센터의 22일 발표에 따르면, 풀무원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소비자단체협의회가 두부의 주요 원재료인 국산 콩(백태)의 가격 변동 추이를 살펴본 결과, 국산 백태 가격은 2011년 큰 폭으로 올랐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국산 백태의 도매가격(1㎏)은 2015년 평균 3985원으로 2011년 평균 6737원에 비해 40.8% 하락했다. 올해 2월 현재까지 백태 평균가격은 4256원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6.8% 올랐으나, 이는 지난 5년간의 가격 하락 폭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풀무원이 원가 부담으로 가격 인상을 발표했던 시점인 2011년보다 36.8% 저렴한 상황이다. 수입 콩 가격 역시 2011년보다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콩 가격이 하락해 왔던 점은 묵인하더니 원재료 가격이 소폭 오르는 때를 틈타 두부 가격을 기습 인상한 것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풀무원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그간 지나치게 두부 값을 억제해온 셈"이라며 "전문가들은 향후 1~2년 사이 콩 가격의 15%에서 24% 인상을 점치고 있으며, 최저임금 또한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두부 가격의 현실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풀무원, 소비자에게 실적 부진 떠넘기나?
하지만 소비자단체협의회는 풀무원 측이 실적 부진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풀무원은 경영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영업실적이 급락했는데 올해부터 두부가격을 올려 만회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풀무원은 매출총이익이 573억원을 기록, 약 30% 증가율을 보였으나 영업이익은 무려 84.3%가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풀무원 영업이익은 13억원에 그렸다. 이는 판매관리비의 지출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데, 물류비를 포함한 판매관리비는 2012년 3분기보다 무려 640억원(32.5%) 늘어났다.
소비자단체협의회 측은 "풀무원의 영업이익 감소는 판매관리비의 증가에서 직접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기업의 경영관리의 문제로 인해 실적 부진이 빚어졌는데, 자구노력 없이 소비자에게 손쉽게 부담을 지우는 제품가격 인상에서 그 해법을 찾으려는 것 아니냐.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영업이익 감소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등 소비자가 기업의 원가정보에 접근이 어려운 점을 이용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하겠다"면서 "특히 서민들의 식탁 물가와 밀접하게 관련된 제품군을 중심으로 연초 연쇄적인 물가인상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