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골프의 맏형 최경주(46·SK텔레콤)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최경주는 올시즌을 앞두고 "투어에 전념해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엔 한국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뛰어다녔다. 인터내셔널팀의 부단장까지 맡았다. 자신의 골프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프로 골퍼 최경주로 이름을 더 알리겠다고 독하게 마음 먹었다. 중국 전지훈련에서 많은 땀을 흘렸다. 시즌 개막 이후 최경주의 바람은 현실이 되고 있다.
최경주는 22일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비에라 컨트리클럽(파71·7322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노던 트러스트오픈(총상금 680만 달러)에서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공동 5위로 대회를 마쳤다. 전날 3라운드까지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5위였던 최경주는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2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12언더파 272타를 기록했다.
이달 초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최경주는 2월에만 10위권 진입을 두 차례 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6번 홀(파3)까지 버디 4개를 몰아치며 선두에 올라 2011년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4년9개월 만에 투어 9승 가능성을 부풀렸다. 그러나 12번 홀(파4)에서 약 4.5m 거리의 파 퍼트를 놓쳐 공동 선두였던 제이슨 코크락(미국)에게 단독 1위 자리를 내줬다. 이후 최경주는 선두와 1타 차를 유지하며 계속 기회를 엿봤으나 오히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도 1타를 더 잃고 순위가 공동 5위까지 밀렸다.
그 사이 버바 왓슨(미국)이 16, 17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15언더파까지 성큼 달아나 2014년에 이어 2년 만에 이 대회 패권을 탈환했다. 우승 상금은 122만4000 달러(약 15억원)다.
최경주는 시즌 초반 좋은 성적에 힘입어 세계골프랭킹 100위 이내 진입을 눈앞에 뒀다. 오는 8월 리우 올림픽에 선수로서 출전을 노리는 최경주는 이날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1.48점을 받아 지난주 133위에서 102위로 올라섰다. 한국 선수 중에는 28위인 안병훈(25·CJ그룹), 72위인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 다음으로 높은 세계랭킹이다. 올림픽 출전권은 랭킹 상위 2명에게 주어진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