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빅리거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는 미디어가 라커룸에서 선수 인터뷰를 하는 걸 경험한 후 '문화 쇼크'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12월 볼티모어 구단과 2년 FA 계약한 김현수는 현재 미국 플로리다주 사라소타에서 팀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다. 그는 최근 현지 인터뷰에서 "한국 생활과 크게 다른 점은 없다. 다만 취재진이 라커룸에 들어와 인터뷰를 하는 것이 (KBO리그와) 다르다. 여기자들도 있다. 문화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MLB는 선수 권리 이상으로 미디어와 팬들의 알권리를 존중한다. 따라서 선수들이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과 마음가짐 등을 미디어에 일정 시간 할애해준다. 팬들의 궁금증을 미디어가 대신 해소해줄 수 있도록 선수들의 개인적인 공간인 라커룸도 오픈해준다. 물론 시간을 딱 정해준다.
김현수의 말처럼 여기자도 자유롭게 라커룸에 출입할 수 있다. 선수들이 샤워도 하고 옷도 갈아입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미디어에 개방하는 시간 만큼은 선수들도 일정 부문 자신들을 희생한다.
KBO리그도 과거엔 라커룸을 미디어에 자유롭게 오픈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그랬다. 경기전 미디어가 선수들과 라커룸에서 얘기하는게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10개팀들이 라커룸의 문을 굳게 닫았다. 2000년대 후반부터 선수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선수들만의 공간을 오픈하는 걸 기피했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미디어가 들어와 얘기를 하고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게 부담스럽다며 하소연했다. 구단들도 이런 선수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라커룸의 문턱이 높아졌다. 서서히 선수들과 친분이 두터운 일부 미디어만 라커룸에 들어가다가 이제는 그 누구도 라커룸에 출입할 수 없게 됐다.
현재 KBO리그에선 미디어의 행동 반경이 지극히 제한돼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미디어는 덕아웃 그리고 그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이러다보니 미디어는 경기 전에 선수 보다 감독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감독 인터뷰가 다량 쏟아지는 이유 중 하나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타격 수비 훈련을 한 후 덕아웃에 잠시 머문 후 라커룸을 들락거린다. "얘기 좀 하자"고 말을 붙이면 감독의 눈치를 보거나 "훈련이 있다"면서 피하는 경우가 잦다. 특정 선수의 얘기를 듣기 위해 미디어는 한없이 기다려야 할 경우가 많다. 미디어와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은 선수들은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팬들의 궁금함과 알권리는 뒷전이다.
KBO리그와 선수들은 빅리그의 장점들을 빠르게 받아들인다. KBO리그 팀들과 사무국은 MLB가 취하는 새로운 규정과 방식을 벤치마킹한다. 다수의 선수들도 MLB리그에 진출하는 걸 꿈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굳게 닫힌 라커룸을 과감하게 오픈하는 걸 검토해보는 게 어떨까. 권리만이 아니라 의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