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과 맞물려 주주 배당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는 외국인 투자자 등에게 투자 매력을 보여줌으로써 저평가된 주식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가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KB·신한금융지주, 역대 최대 배당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나란히 역대 최대의 배당에 나선다. 신한금융은 2015년 결산 기준 올해 배당총액을 2001년 지주사 출범 이후 최대인 6310억원으로 책정했다. 종전 최대 배당액인 2011년의 6295억원에서 소폭 오른 금액이다. 1주당 배당금도 1200원으로 사상 첫 1000원대 진입이다. 2014년 950원보다 대폭 늘렸다.
보통주를 기준으로 신한금융의 배당성향은 2011년 11.5%에서 2012년 14.3%, 2013년 16.2%, 2014년 21.6%를 거쳐 지난해 결산기준 24.0%까지 상승했다. 배당성향이란 기업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 중에서 주주에게 배당한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비율이다.
KB금융도 올해 3786억원을 배당하기로 해 기존에 역대 최대이던 지난해(2014년 결산 기준) 3013억원을 뛰어넘었다. 주당 배당금도 지난해 780원에서 올해 980원까지 끌어올렸다. KB금융의 배당성향은 2011년 11.7%, 12년 13.4%, 13년 15.2%, 14년에는 21.5%, 15년에는 23.2%(잠정수치)다.
배당 공시 전인 우리은행은 지난해 결산 실적에서 무려 143.3% 급증한 1조593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배당 여력이 커졌다. 기업은행 역시 2020년까지 정부 출자기관의 배당성향을 40% 수준까지 올리기로 한 만큼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점쳐진다. 기업은행의 배당성향은 2013년 25.3%, 2014년 29.9%를 기록했다.
보험·카드업계에서도 배당이 늘어난 곳이 많다. 삼성화재는 사상 최대이던 지난해 1988억원보다 226억원 늘어난 2214억원을 올해 배당하기로 했다. 주당 배당금도 지난해 4500원에서 5150원으로 증가했다. 메리츠화재는 배당금을 지난해 399억원(주당 380원)에서 올해 601억원(주당 570원)으로 확대했고, 동부화재도 지난해 918억원(주당 1450원)이던 배당금을 올해 981억원(주당 1550원)으로 늘렸다. 삼성카드도 올해 배당금을 1731억원으로 계획해 지난해의 1154억원보다 크게 높였다. 주당 배당금은 지난해 1000원에서 올해 1500원으로 늘어났다.
▶바닥친 주가 끌어올리기 위한 '배당잔치'
금융권이 속속 배당을 확대하는 배경으로는 우선 정부의 주주친화 정책 강화의 영향이 꼽힌다. 정부는 이익의 일정 부분을 투자나 임금, 배당 등에 쓰지 않고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둔 기업에 세금을 물리는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 다양한 배당 확대 장려책을 내놓은 바 있다.
또한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배당을 늘리려는 가장 큰 이유는 끝 모를 바닥을 헤매는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은행권에 따르면 3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5년 사이에 '반토막'이 났다.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2011년 1월 말 4만4400원에서 지난달 말 2만1400원으로 51.8% 떨어졌다. KB금융지주도 같은 기간 5만7500원에서 3만550원으로 46.9% 하락했다. 신한지주도 4만9600원에서 3만7500원으로 32.3% 떨어졌다.
주가가 곤두박질 쳤지만 은행권 자산은 해마다 늘었다. 이에 따라 은행주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은 저평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은 2010년 말 158조5000억원에서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난해 말 326조9000억원으로 106.3% 급증했다. KB금융도 같은 기간 264조9000억원에서 329조1000억원으로 24.2% 증가했으며 신한지주도 301조2000억원에서 415조1000억원으로 37.8% 늘었다.
이에 따른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0.6% 수준으로 하락했다. PBR이 1이라면 특정 시점의 주가와 기업의 1주당 순자산이 같은 경우다. 쉽게 말해 부도가 나 망하더라도 회사 자산을 매각하면 주주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수치가 1보다 낮으면 자산 가치가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3대 금융지주 중 하나금융은 PBR이 0.21배에 불과하며 KB금융은 0.41배로 낮다. 신한지주가 0.64배로 높은 편이나, 우리은행과 기업은행도 0.3∼0.5배 수준에 불과하다.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도 다른 업종보다 낮은 편이다. 하나금융은 6.45배, KB금융은 7.92배, 신한지주는 9.01배다. 우리와 기업은행도 4∼7배다. PER이 낮으면 이익에 견줘 주가가 낮게 평가되었음을 의미한다. 통상 10배 미만이면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은행권의 대내외적 업황이 좋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로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드는데다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외국계 자금 이탈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3대 금융지주의 외국계 지분은 66∼69% 수준이다. 은행권이 배당을 강화하려는 이유는 대내외적 악재 속에서 주주들을 잡으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