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팀은 그냥 있는 전력으로 해도 된다. 하지만 전력이 약한팀은 다르다. 기존 방식대로 가면 그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이 경기 전후에 자주 강조하는 말이다. 올해 KIA의 오키나와 연습경기의 포커스는 변화에 맞춰져 있다.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탐색하면서, 새 얼굴을 발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물론, 기존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해준다는 전제하에 진행되는 일이다.
3번 유격수 김주형, 4번 1루수 박진두, 5번 3루수 황대인. 13일 오키나와 차탄구장에서 열린 주니치 드래곤즈전 클린업 트리오다. 3~5번 타자 모두 주축 선수가 아닌 비주전급이고, 지난해 2군에 주로 머물렀던 선수다.
2004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입단한 김주형은 1~2군을 오르내렸다. 지난 시즌에 1군 45경기, 퓨처스리그(2군) 40경기에 출전했다. 박진두는 프로 3년차에 처음으로 1군 전지훈련에 참가했다. 지난 2년간 1군 기록이 아예 없다. 지난해 입단한 황대인(20)은 첫해 1군 경기 22게임에 출전했다. 44차례 타석에 나가 12안타, 2홈런을 때렸다. 타격 재능을 갖고 있다고 해도 1군을 노리기엔 부족한게 많았다. 김주형은 첫 공식경기에서 처음으로 유격수를 맡았다. 주니치전 클린업 트리오는 변화를 모색하는 KIA의 현재를 보여준다.
첫날부터 산뜻한 결과를 만들어내진 못했다. 김주형과 박진두 황대인 모두 약속이나 한 듯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박진두는 평범한 1루 땅볼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하고 가랑이 사이로 흘렸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선수 개인적으로 보면 의미가 큰 첫 연습경기 선발 출전인데, '보여줘야한다'는 부담이 컸을 것이다. 비주전급 선수, 경험이 적은 선수가 이겨내야할 숙명이다. 실전 감각도 떨어져 있었다. 미국 애리조나 1차 스프링캠프에서 자체 청백전없이 지난 8일 오키나와로 이동해 첫 실전'에 나섰다.
실망스런 부분이 적지않았지만 코칭스태프는 0대10 영봉패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이기면 좋겠으나 연습경기는 어디까지나 연습경기일 뿐이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 전력을 키우고 기존 전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중요하다. 144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정규시즌 장기 레이스에서 주전 선수 이상으로 중요한 게 백업 멤버, 대체 전력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3번째 타석까지 교체하지 않았다"고 했다. 남은 연습경기에서도 다양한 변화의 시도가 이어질 것이다.
KIA는 외부 전력 수혈없이 새 시즌을 맞게 됐다. 외국인 투수 2명을 교체한 것 외에 멤버 변화가 없다. 지난해 팀 타율 꼴찌에 머물렀던 타선의 업그레드가 없다면 가을야구를 기대하기 어렵다.
KIA는 끊임없이 새길을 찾고 있다.
오키나와=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