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너무나 감사해요"
배우 지윤호(24)가 1시간 동안 이어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시청률부터 화제성까지 모두 잡으며 '덕후몰이'를 하고 있는 tvN 월화극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에서 최고의 '밉상' 캐릭터 오영곤을 연기하는 그는 생전 처음 받아보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에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지윤호는 이간질부터 스토킹까지 세상에 온갖 밉상짓을 다 하며 시청자의 복창을 터지게 만들던 '치인트' 속 오영곤과는 180도 달랐다. 허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인사를 하며 인터뷰실로 들어선 그는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쑥스러운 얼굴로 '아직도 멀었다'며 손사래를 쳤다.
시청자에게는 신선한 얼굴이지만 사실 지윤호는 2011년 MBN 드라마 '갈수록 기세등등'으로 데뷔한 중고 신인이다. '스타 배우'를 꿈꾸며 연기를 시작했지만 지금 '오영곤'이라는 캐릭터로 자신을 알리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는 긴 무명의 시간을 '내게 꼭 필요했던 시간'이라고 꼽았다. "내가 바로 떴다면 스타병 걸린 안하무인이 됐을 거다. 건방의 끝을 달렸을 거다"며 "바로 뜨지 못했기에 겸손해야 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대해 감사해 할 줄 아는 자세와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열정. 이것이 지윤호의 행보에 더욱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오영곤이 아닌 다른 역으로 오디션을 볼 뻔했다고.
▶권은택(남주혁 분) 역으로 오디션을 보자고 하셨어요. 그런데 대본을 받아보니 은택보다는 영곤에게 끌렸어요. 캐릭터 묘사가 굉장히 잘되어 있었거든요. 그리고 뭔가 더 강렬하고 소위 '양아치'스러운 역을 해보고 싶었어요. 은택은 저와 싱크로율도 맞지 않은 것 같았죠. 그래서 오디션 현장에서 영곤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영곤 역으로 오디션을 봤고 감사하게 저한테 이런 좋은 기회가 오게 됐죠.
-이윤정 감독은 왜 오영곤 역으로 지윤호를 택했을까.
▶감독님이 말씀하시길 제가 오디션장에 들어섰을 때 눈매가 굉장히 섬뜩했다고 하더라구요. 원작 캐릭터 속 영곤도 눈매가 저처럼 찢어져있거든요. 제가 오디션을 본 다른 배우분들 보다 월등히 연기를 잘해서 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보다 훨씬 훌륭한 배우분들도 오디션을 봤거든요. 그런데 웹툰이 원작이다 보니 싱크로율을 무시 할 수 없잖아요. 운이 좋게도 원작 캐릭터와 많이 닮았던 것 같아요.
-오영곤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분석했나. 참고한 작품도 있나.
▶영화와 드라마를 많이 보긴 했지만 특별히 참고한 작품은 없어요. 다른 작품을 참고하려 하면 그 사람의 연기를 흉내 내고 따라하게 될 것 같았어요. 저만의 영곤이를 만들고자 했죠. 섬뜩한 스토커이자 재수 없으면서도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려고 했어요. 그리고 주변 여자 친구들에게 남자들이 하는 행동 중에 가장 싫은 것에 대해 많이 묻고 그걸 표현하려 했어요. 그리고 제 안에 있는 저만의 '찌질함'을 최대한 끌어내려고 했어요. 누구나 속에는 자신만의 '찌질함'을 가지고 있잖아요.
-시청자 반응은 살펴보나.
▶사실 6화 때 연기 면에서 질타를 받았어요. 그런 반응을 직접 보니까 좀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안 봤어요. 그런데 최근에 주변 분들이 네티즌 반응이 좋다면서 찾아보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찾아봤어요. 이런 관심을 처음 받아봐서 얼떨떨했어요. 제가 뭐라고 제 연기, 제 기사를 봐주시고 댓글도 남겨주시고 칭찬까지 해주시니 얼마나 감사해요. 단 1초라도 저에게 시간을 할애해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6화 때 구체적으로 어떤 질타를 받았는지.
▶캐릭터가 처음 등장하는 신이 굉장히 중요한데, 촬영 초반에 연기에 힘도 너무 많이 들어가고 현장도 익숙하지 못해 잘 해내지 못했어요. 다 제가 부족한 탓이죠. 정말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 등장신은 다시 한번 찍고 싶어요. 그때보다 더 잘해내고 싶어요.
-본인이 생각해도 가장 찌질했던 오영곤의 모습은.
▶홍설에게 뻔뻔하게 '니가 나 좋아하는 거 다 안다'고 말했던 모습이요. 홍설은 그냥 아무 의미 없이 영곤이에게 사탕 하나를 준 것 뿐인데, 영곤은 진심으로 홍설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하잖아요. 그런 착각을 하고 설이에게 그런 이야기를 직접 한다는 게 정말 찌질하더라구요.
-'치인트' 발암 3인방(오영곤, 손민수, 상철선배) 중 가장 밉상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무조건 오영곤이죠. 짜증 유발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면 '진짜 최고의 짜증 유발을 보여주자' '신세계 짜증을 보여주마'라는 마음으로 했으니까요. 목숨 걸고 했어요. 그래서 가장 밉상도 오영곤이었으면 좋겠어요.
-실제 대학생활을 어땠는지 궁금하다.
▶솔직히 대학생활 잘 못했어요. 제가 연극과를 나왔는데, 규율이 심하고 선후배 간에 기강도 확실했었거든요. 근데 제가 성격상 제 기준에서 '아니다' 싶은 것에 대해서는 말을 해야 하는 성격이에요. 성격도 엄청 불 같았어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탁구공 같았죠. 그래서 다투기도 많이 했죠. 후회를 많이 해요. 그때로 되돌아간다면 예전처럼 틀린 것에 대해 '틀리다'고 말하겠지만 표현방식을 좀 더 부드럽고 좋게 바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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