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 풍경이 변하고 있다. 몇년 전만해도 서로를 의식, 훈련시간 늘리기 경쟁을 했다. 일본 남부나 오키나와 등 여러 팀이 모이면 더 그랬다. 훈련량이 많았음에도 시즌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용서받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사령탑 책임론이 불거졌다.
올해는 유독 변화조짐이 두드러진다. 첫 번째 이유는 훈련 시간보다 효율성이 주목받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스프링캠프에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다. 예전과 달리 비시즌 동안 개인훈련을 등한시 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저마다 휴식을 취하면서도 운동을 멈추지 않는다. 몸상태를 유지하고 캠프에 합류하기 때문에 혹독한 훈련으로 시즌을 이겨낼 힘을 축적하는 일이 드물다.
LG는 공식 야간훈련을 없앴다. 양상문 LG 감독이 올해초 공언한 부분이다. 대신 야간훈련을 선수 자율에 맡겼다. 강제 훈련을 빼고 10분이든, 1시간이든 스스로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양 감독은 "스스로 마음 먹고 훈련해야 한다. 선수들의 자세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자율훈련 효과가 더 크다"고 말한다.
가장 큰 변화는 막내 kt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훈련량을 상당히 줄였다. 지난해 kt와 롯데는 일본 가고시마에서 같이 훈련을 했다. 롯데는 kt선수들이 입에 단내가 나도록 뛰는 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kt 선수들은 반대로 롯데 선수들을 부러워했다. 훈련량에 있어선 김성근 한화 감독 못지 않다고 정평이 나 있는 조범현 kt 감독이다. 이랬던 조 감독이 바뀌었다. 조 감독은 지난 시즌 후반부터 올해 스프링캠프 변화를 예고했다. 조 감독은 "훈련량과 성과는 다른 것 같다. 훈련을 많이 해 우승한다고 하면 다들 하루 12시간씩 훈련을 할 것이다. 집중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kt는 지난해와는 완전히 다른 스케줄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시간도 줄었고, 강도도 덜하다. 선수 자율에 맡기는 부분이 더 많아졌다. 좀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조 감독은 "창단 3년째로 접어들면서 선수들이 꽤 적응한 부분도 있고, 나 스스로도 조급한 마음에서 많이 벗어났다"고 털어놨다. 훈련량에 매몰되다 보면 성과를 제대로 체크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훈련량의 많고 적음은 사령탑의 성향 차이가 결정적이다. 그렇다고 매일 극한의 훈련을 소화하는 김성근 감독의 방식이 잘못됐다는 얘기가 아니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를 뿐이다.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리그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또 하나의 증거다.
프로야구 인기 상승은 선수들의 몸값 증대로 이어졌고, 거액 FA 등 좀더 확실한 목표는 선수들의 인식 변화를 이끌었다. 이같은 변화를 토대로 스프링캠프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