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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 이형종·투수 오장훈의 특별한 '첫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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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은 무엇일까. 설렘 아니면 두려움? 기쁨 아니면 떨림? 흥분 아니면 초조? 기대 아니면 불안함? 가슴이 요동친다. 긴장의 연속이다.

여기 스프링캠프에서 '처음'과 함께하는 두 명의 선수가 있다. 정확히 말해 포지션을 바꿔 '처음' 참가하는 1군 캠프다. 주인공은 LG 트윈스 이형종(27)과 두산 베어스 오장훈(33). 이형종은 투수가 아닌 타자로, 오장훈은 야수가 아닌 투수로 훈련을 받고 있다.

이형종은 한 때 150㎞의 빠른 공을 던져 주목받았다. 서울고 재학 중이던 2007년에는 대통령배 결승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맞고 펑펑 울어 '눈물의 왕자'라는 별명도 얻었다. 계약금 4억3000만원과 함께 프로에 뛰어든 건 2008년. 하지만 오른 팔꿈치가 문제였다. 입단하자마자 2년 간 공을 던지지 못했다. 2010년에는 마운드에 섰지만 얼마 못가 통증이 재발했다.

결국 그는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팀을 뛰쳐나갔다. 이후 골퍼 변신을 시도했으며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그리고 돌아온 곳은 역시 그라운드. 다만 더 이상 투수가 아니었다. 2014년말부터 공을 내려놓고 방망이를 들었다. 타구 판단, 펜스 플레이 등 외야수 수비 훈련도 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거둔 성적은 39경기 타율 3할1리 13타점 5도루. 작년 교육리그에서 홈런을 치는 등 가능성을 보이며 이번 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투수로 참가한 2010년 이후 정확히 6년이 걸려 손에 쥔 비행기 티켓이었다.

현재 이형종은 애리조나 캠프 '시추에이셔널 히팅'에서 남다른 집중력을 보이고 있다. 이 훈련은 주자 위치에 따라 맞춤형 타격을 할 것을 주문하는데, 그는 상금 300달러가 걸린 게임에서 손주인과 공동 1위에 올랐다. 예컨대 무사 1루라고 했을 때, 우익수 쪽으로 타구를 날렸다. 1사 3루에선 외야 깊숙한 쪽으로 타구를 보냈다. 기대 이상의 컨택트 능력과 발전 속도. 올해 1군에서 그의 타격을 볼 수 있단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형종도 2년 안에 잠실 외야 한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로 강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두산에도 포지션을 바꿔 캠프에 처음 참가한 선수가 있다. 이형종과는 정반대로 방망이를 내려놓고 공을 집어 든 서른 세살 오장훈이다. 2007년 롯데에 입단한 그는 원래 포지션이 투수다. 성남고-홍익대에서 빠른 공으로 주목 받았다. 그러다 프로 생활 6개월 후 타자로 전향했고, 남다른 파워로 '터지기만 하면 된다'는 평가를 줄곧 받았다. 하지만 1군 벽은 높았다. 통산 출전 경기수는 고작 14게임. 29타수 6안타 타율 2할7리에 1타점 1득점이 전부다.

결국 그는 지난 시즌 중반 야구 선수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2군 생활에 지쳐갈 무렵 타자에 대한 미련을 접었다. 이후 지난해 9월3일 창원 NC전에서는 테임즈를 파울 플라이로 처리하는 등 묵직한 구위를 뽐내 김태형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다른 선수들을 제치고 당당히 호주 시드니 1차 캠프에 합류한 이유다.

오장훈은 1일 "타자로서 캠프는 몇 번 나가 봤지만, 투수로 온 것은 처음이다. 사실 투수로 캠프 참가하는 것이 프로 첫 목표였다"며 "한순간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는 33살이지만 투수로는 신인이다.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할 수는 없기 때문에 투수 코치님이 주신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며 "현재 몸 상태는 완벽하고, 피칭 페이스는 80~90% 정도 올라와 있다.

또 "코치님이 작년 마무리 훈련 때부터 와인드업 상태에서는 구위가 좋은데, 세트 모션에서는 단점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예상하셨다. 그래서 세트 모션 훈련을 집중적으로 많이 진행해 왔다"며 "내 직구(최고 시속 147㎞)가 다른 투수들에게 절대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만치 않은 구위를 만들어서 기존 투수들과 경쟁하고 싶다. 올해 1군 30경기 이상 등판하는 것이 목표다"고 밝혔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