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했던 피날레는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숙명의 라이벌' 한-일전 대역전패라는 점에서 충격의 여파는 더 컸다.
하지만 아픈 만큼 성장한다. 아쉬운 준우승, 신태용호에는 좋은 약이 됐다.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파죽지세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따낸 신태용호의 문제점이 한-일전을 통해 뚜렷해졌다.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46)이 숙제를 풀 시간은 반 년밖에 남지 않았다. 4년 전 런던올림픽의 동메달 신화를 뛰어 넘기 위해선 절대적으로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가 필요하다는 점이 엿보였다.
끝까지 신 감독의 고민은 풀리지 않았다. 조별리그부터 불안함이 감지됐던 중앙 수비다. 심상민-연제민-송주훈-이슬찬으로 구성된 포백은 2-0으로 앞서던 후반 22분부터 14분간 3골을 얻어맞았다. 실점은 온전히 수비진의 실수로만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한-일전에서의 실점 장면은 센터백들의 수비력 부재를 꼬집을 수밖에 없었다. 뒷 공간으로 침투된 패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특히 헤딩 동점골은 크로스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쇄도하던 상대 선수의 마크를 놓쳐 발생됐다. 경기가 끝난 뒤 신 감독은 "수비에서 선수들을 리드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며 "이번 대회와 올림픽같은 토너먼트에선 수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젊은 선수들을 그라운드 안팎에서 리드해줄 와일드카드 1순위는 누가 있을까. 성남FC의 센터백 윤영선(28)이다. 윤영선의 능력은 누구보다 신 감독이 잘 알고 있다. 신 감독이 2010년 성남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 선발했다. 좋은 신장(1m85)을 갖춘 윤영선은 수비 조율과 공중볼 장악이 출중하다. K리그 클래식에서의 맹활약을 발판 삼아 지난해 11월에는 생애 첫 태극마크도 달았다. 라오스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서 A대표팀에 소집되기도 했다. A대표팀 코치도 겸하고 있는 신 감독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다.
윤영선과 함께 중앙 수비수 와일드카드 1순위에는 임종은(26·전북)이 꼽힌다. 임종은도 2012년 신 감독의 부름으로 울산에서 성남으로 둥지를 옮겨 K리그 수준급 수비수로 발돋움했다. 2013년 전남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임종은은 지난 3년간 전남의 주전 센터백으로 활약했다. 1m92의 큰 키로 공중볼 장악 능력과 빌드업(수비진부터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공격 작업)이 강점이다. 임종은은 올 시즌 둥지를 옮긴 전북에서의 활약이 관건이다.
일각에선 홍정호(27·아우크스부르크)와 김주영(28·상하이 상강)의 와일드카드 합류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김주영과 홍정호는 각각 2010년 오른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과 2012년 오른무릎 후방 십자인대 파열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 와일드카드는 주로 병역이 면제되지 않은 자원을 뽑아 이들의 절실함을 활용한다.
중앙 수비와 마찬가지로 와일드카드가 가장 필요한 포지션은 '원톱'이다. 김 현(제주)과 진성욱(이상 23·인천)이 담당하고 있다. 김 현과 진성욱은 특성이 다른 원톱 자원이라 부여받는 역할이 다르다. 결국 둘 중 한 명이 탈락한 자리가 와일드카드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석현준(25·포르투)과 황의조(24·성남)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두 명 모두 전형적인 정통파 스트라이커라고 평가받는다. 석현준은 다소 인지도가 낮은 유럽 팀에서 뛰면서도 부동의 A대표 원톱으로 중용되고 있다. 황의조는 현재 연령별대표와 한 살차밖에 나지 않은 젊은 피다. 경험 면에서 석현준에 밀리지만 올 시즌 K리그에서의 활약이 또 다른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
한-일전은 신태용호가 완벽한 승리를 맛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 그러나 영리함이 부족했다. 공수를 조율할 수 있는 중원의 리더 부재가 눈에 띄였다. 런던올림픽 당시에는 기성용(27·스완지시티)이란 존재가 있었다. '포어 리베로' 박용우(23·서울)가 이 역할을 담당하기에는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이었다. 이 문제는 이명주(알 아인)와 한국영(이상 26·카타르SC)이 풀어줄 수 있다. 이명주는 중원의 '만능 열쇠'가 될 수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할 수 있다. 자신이 부여받은 역할에 따라 높은 골 결정력도 보여줄 수 있고,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중원 조직력을 향상시키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한국영은 이명주에 비해 공격력이 떨어지긴 하지만 홀딩 미드필더로 빌드업에 장점을 보이는 자원이다.
"보완할 것은 보완하겠지만 공격축구는 계속 할 것이다." 신 감독의 뚝심이다. 중원에 부상으로 빠졌던 이찬동(23·광주)이 가세할 경우 신 감독은 공격적인 와일드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순위로 꼽히는 미드필더 와일드카드는 손흥민(24·토트넘)이다. 이미 한국에는 없어서는 안될 공격수로 자리매김한 손흥민은 신태용호 무기인 2선 공격의 파괴력을 높여줄 수 있는 자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 감독이 본선을 앞두고 미드필드 어느 부분에 초점을 두느냐가 와일드카드 활용의 변수가 될 수 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