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온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표정은 담담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겸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준우승을 거둔 신태용호가 귀국했다. '역대 최약체', '골짜기 세대'들이 만든 쾌속질주였다. 신태용호는 조별리그를 2승1무로 통과한데 이어 8강에서 요르단을 제압했다. 본선 출전권이 걸린 4강에선 개최국 카타르를 완파하면서 남자축구 세계 최고 8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의 대업을 이뤘다. 결승전에서는 일본과 만나 후반 중반까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2-0 리드를 잡았으나 상대의 파워플레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결국 2대3 역전패를 당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황희찬(잘츠부르크) 류승우(레버쿠젠) 문창진(포항) 권창훈(수원) 진성욱(인천) 이창민(제주) 이슬찬(전남) 등 차세대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갈 재목들의 기량을 확인한 것이 성과로 지목된다. 하지만 모든 실점이 후반 15분 이후에 집중된 수비불안과 체력 관리 실패, 상대 전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 등은 본선 성공을 위한 보완점으로 남게 됐다.
▶대회를 마친 소감은.
-한 달 간의 긴 여정을 마쳤다. 너무 많은 환대에 감사하다. 1차 목표인 올림픽 본선행을 달성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렸어야 할 한-일전에서 패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리우올림픽에서 다시 한-일전이 열릴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상대의 콧대를 꺾어주고 싶다.
▶이번 대회를 되돌아본다면.
-우리 선수들에게 '골짜기 세대'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실제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지 못하는 선수가 70~80%에 달할 정도였다. (팀을 만드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제주, 울산, 두바이 전지훈련을 거쳐 도하에 입성할 때는 '잘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경기를 치를수록 경기력이 좋아졌다. (올림픽 본선에서) 큰 희망을 볼 수 있었던 대회였다.
▶후반 중반 이후의 수비 불안은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와일드카드 기용에 대한 생각은.
-와일드카드는 활용할 계획이다. 언론에서 수비 불안이 지적된 게 결과적으로 우리 수비수들에게 부담이 됐던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이 중심을 잡지 못했다. 이런 부분이 한-일전에서 약점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일본전에서) 패했지만 왜 졌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느꼈다. 선수들과 '리우에서 일본과 다시 만난다면 반드시 이기자'는 이야기를 했다. 믿음을 이어가 준다면 멋지게 만회하고 싶다.
▶일본전에서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나.
-변명을 한다면 이창민의 플레이 상황에서 우리 선수들 모두가 파울을 생각했다. 플레이가 일시적으로 멈춰졌지만 주심이 파울을 선언하지 않았다. 이게 실점으로 연결됐고 분위기가 반전될 수밖에 없었다. 사실 3~4골차로 승리할 수 있는 경기라고 생각했다. 실점 뒤 흔들렸다. 수비 위치 선정 등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
▶이제 본선 명단에 초점이 맞춰진다.
-선수들에게 수고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부분이다. 그러나 본선 최종명단은 18명이다. 와일드카드 3장을 쓰면 (현재 명단에서) 15명만이 추려진다. 때문에 '이제 동료들과 경쟁'이라고 말했다. 팀에서 뛰지 못하면 올림픽에 나설 기회도 없다. 소속팀 경쟁에서 우선 승리하라는 이야기를 했다.
▶본선까지 6개월 간의 구상은.
-예전처럼 올림픽팀이 합숙 훈련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3월과 6월의 A매치 기간에 주어지는 열흘씩이 전부다. 이 기간을 잘 이용해야 한다. 이제 귀국한 만큼 남은 시간을 최대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위원회와 상의할 생각이다.
▶젊은 선수들의 발견이 수확이라고 볼 만한데.
-모든 선수들이 잘 해줬다. 권창훈은 부상 뒤 완벽한 컨디션이 아님에도 최선을 다해줬다. 문창진도 제 역할을 잘 해줬다. 막내 황희찬은 우리 팀의 기둥이라는 점을 증명했다. 수월하게 대회를 잘 치를 수 있었던 요인이다.
▶리우올림픽 본선 목표는.
-목표보다는 준비를 잘해야 한다. 주변에서 메달 색깔을 이야기하지만, 그보다는 차분하게 잘 만들어 가는데 초점을 맞추고 싶다.
인천공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