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성(性) 치료'와 에로틱 판타지, 마광수 신작소설 '사랑이라는 환상'(어문학사)
'탐미적 관능', '관능적 상상력', '유미적 평화주의' 등으로 표현되는 마광수의 작품은 성적 판타지의 극단을 고공비행해 왔다. 신작 소설 '사랑이라는 환상'은 좀 다르다. 성적 카타르시스의 실제적 효용성을 문학적으로 접목한다. 저공비행이다.
작가는 성적 상상력을 구성하는 내면원리로서 실존적 허무의식의 정체를 보여준다. 미의식과 허무의식은 작품 속에서 '성(性) 치료'라는 장치를 통해 구현된다. 이는 마광수 문학의 핵심 기제로 작동하는 카타르시스의 문제가 실제적 효용으로서 문학치료의 영역에서 논의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마광수의 카타르시스는 동양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음양사상과 한방의학 이론, 불교사상과 닿는다. 또 그 실천은 정신이 아닌 육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마광수의 이번 작품은 전작들과 비교할 수 있다. '첫사랑'에서 시도한 열린 결말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이는 '닫힌 결말'만이 완결성이 있다는 기존의 문학관에 반기를 드는 것이다. 또한 작품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허무의식은 작가를 잉여의 상태로 몰아넣은 '즐거운 사라'와 유사하다.
현실과의 불협화음 속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의 절제되지 않은 백일몽은 에로틱 판타지를 마음껏 발생시킨다. 금세 마광수의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동서양의 지식을 두루 갖춘 지적(知的)인 성적 판타지가 특징이다. 다만 문학적 현실과 현실에서의 문학이 평행선을 유지하는 한 마광수 문학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독자들의 몫이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