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은 유턴파가 대세가 될까.
최근들어 신인 2차 지명에서 곧잘 미국으로 진출했다가 국내로 돌아온 선수들이 심심찮게 이름이 불려지고 있다.
지난 2014년 드래프트에서는 SK가 정영일, 두산이 최형록을 뽑았다. 당시 정영일은 5라운드, 최형록은 8라운드에 뽑혔다. 해외에서 뛰었던 선수라 지금 기량이 얼마나 될지 모르고, 부상 등 몸상태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상위 지명이 어려웠다.
그런데 지난해와 올해 드래프트는 달랐다. 2015 2차 지명에서는 롯데가 1라운드로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했던 투수 안태경을 지명했고, 삼성도 1라운드에서 LA 에인절스 출신 장필준을 데려왔다. kt도 2차 특별지명에서 애리조나 출신 포수 김재윤을 뽑았다. 순번으로 치면 2차 13번으로 높았다. 2016년 2차 지명에서는 kt가 1라운드 1번으로 LA 다저스 출신의 내야수 남태혁을 지명해 해외에서 돌아온 유턴파가 2차 지명에서 처음으로 1번 지명을 받기도 했다. NC도 2차 1라운드 8번으로 부산고-시카고 컵스의 투수 정수민을 데려왔다.
신인 지명이라고 해도 상위 순번에 뽑히는 것은 그만큼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 고교 시절에 톱클래스 선수들이어고, 마이너리그 무대에서 경기에 나선 경험이 있다. 대부분 새롭게 키워야 하는 고졸 신인들보다는 1군에 올라올 준비기간이 짧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부상이다. 홀로 외롭게 경쟁을 하다가 무리를 하고, 부상을 숨기며 뛰다가 더 크게 다치면서 결국 수술을 받고, 방출의 설움을 겪었다. 실제로 유턴파 선수들은 대부분 수술을 했고, 이후 성적이 좋지 않아 방출된 선수들이 많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2년간 유예기간이 필요해 그 사이 군 문제를 해결하는데 대부분 현역으로 입대해 몸관리가 쉽지 않다.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는 몸으로 만들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입단한 시즌에 곧바로 기대만큼의 활약을 해주는 선수가 드물다.
올해 유턴파들이 이름을 떨칠 시기가 왔다고 할 수 있을 듯.
SK 정영일이 상무에서 돌아와 출격 태세를 갖췄다. 정영일은 입단하자마자 곧바로 상무에 입대했고, 지난해 제대했다. 상무에서 51경기에 등판해 3승1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4.66을 기록하며 1군 데뷔 준비를 마쳤다. 교육리그와 마무리 캠프에서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뿌리며 불펜이 약해진 SK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지난해 입단한 안태경-장필준-김재윤 등도 기대감을 모은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김재윤은 이미 지난해 유턴파 성공 사례로 등록했다. 5월 중순 1군에 올라왔음에도 팀에서 5번째로 많은 42경기에 등판해 1승2패 6홀드, 평균자책점 4.23을 기록했다.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바탕으로 44⅔이닝 동안 70개의 삼진을 뺏어내는 위력을 보였다.
장필준은 긴 재활 끝에 지난해 8월 30일 LG전 선발로 1군 무대를 밟았다. 당시 선발 투수가 비어있어 류중일 감독이 기회를 준 것. 당시 2이닝 동안 7안타(1홈런) 1탈삼진 6실점으로 기대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9월 4일 SK전서는 마지막 2이닝을 3안타 3탈삼진 1실점으로 그나마 나쁘지 않은 모습이었다. 고교시절 타자를 윽박질렀던 140㎞ 후반의 강속구가 나오지 않고 있는게 아쉬운 점. 올시즌 삼성으로선 장필준의 성장이 꼭 필요한 시점이고, 장필준 역시 2년째인 올해 뭔가를 보여줘야한다.
롯데 안태경도 지난해는 몸을 만들었다. 현역 복무 때 야구공을 거의 잡아보지 못했기 때문. 그만큼 야구를 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게 먼저였다. 그래서인지 퓨처스리그에서도 7경기에 등판한 것이 전부였다. 1군에도 잠깐 콜업됐지만 등판 기회는 잡지 못했다. 올해는 예전 텍사스 마이너리그 시절 받아봤던 애리조나의 햇볕 아래서 메이저리그가 아닌 KBO리그의 1군 무대를 꿈꾸고 있다.
kt가 올시즌 즉시 전력감으로 생각하고 뽑은 2차 1순위의 남태혁은 타격에서 코칭스태프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지난해 김재윤에 이어 kt의 유턴파 성공사례가 될지 궁금해진다. 매년 빠른 공의 강력한 투수들을 배출하고 있는 NC는 정수민이 올해의 후보다.
희망을 안고 떠난 미국에서 제대로 꿈을 한번 펼쳐보지도 못하고 돌아온 그들에겐 '간절함'이 있다. 그 간절함이 올시즌 그라운드에서 실력으로 나타나주길 스타 탄생을 갈망하는 KBO리그가 바라고 있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