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은 숨가빴다. 마치 스릴러 서스펜스와 허를 찌르는 반전이 코트 밖에서 벌어졌다.
오리온 헤인즈의 완전대체와 제스퍼 존슨의 등록을 두고 복합적인 변수가 다채롭게 펼쳐졌다. 올 시즌 최고의 빅매치 오리온과 모비스(30일 오후 2시 고양)의 경기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긴장감은 더했다.
도대체 무슨일이 벌어진 것일까.
▶양손의 떡을 원했던 오리온
28일 오전 충격적 소식이 전해졌다. 오리온이 애런 헤인즈를 제스퍼 존슨으로 완전히 대체한다는 내용이었다.
헤인즈는 오리온의 초반 상승세를 이끈 올 시즌 최고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거듭된 부상(11월15일 KCC전 무릎부상, 12월25일 SK전 발목부상)으로 코트에서 이탈한 상태. 이 과정에서 대체 외국인 선수 제스퍼 존슨은 뛰어난 패스력과 정교한 3점포로 오리온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오히려 유기적인 조직력 측면에서 매우 매력적인 카드였다.
헤인즈의 복귀날짜(1월30일)가 다가왔다. 이미 오리온은 헤인즈의 몸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정상적으로 뛸 수 없는 상태. 시간이 2주 정도 더 필요했다.
오리온과 모비스는 치열한 선두다툼(29승15패 공동선두)을 하고 있었다. 30일 두 팀은 고양에서 빅뱅이 예고됐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헤인즈의 복귀일이었다.
결국 오리온은 결정을 내렸다. 헤인즈를 완전교체했다.
이유가 있었다. KBL 규정의 맹점을 찌른 결정이었다. 오리온은 일단 뛸 수 없는 헤인즈 대신 존슨을 모비스전에 출전시키길 원했다. 하지만 일시 대체 계약을 연장하면 1경기 출전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결국 일시 대체를 하더라도 모비스전에 조 잭슨밖에 뛸 수 없다.
하지만 완전 대체를 하면 존슨의 출전이 가능하다. 물론 헤인즈는 일단 '자유의 몸'이 된다. 하지만, 다른 팀에서 영입할 수 없다. KBL에서 태업성 플레이를 펼친 뒤 다른 팀으로 영입되는 악용사례를 막기 위해 계약이 해지된 외국인 선수의 권리는 원 소속구단이 갖게 했다. 기한은 정규리그까지다.
헤인즈의 계약을 해지해도, 결국 정규리그 전까지 오리온은 헤인즈를 다시 불러올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 게다가 오리온은 2차례 소진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교체카드를 단 1장도 소진하지 않고 있던 상태.
즉, 오리온은 30일 모비스전의 전력누수를 없애고, 헤인즈의 재활 시간을 벌 수 있는 최적의 선택으로 KBL 규정의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시각에 따라 '꼼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한 1승이 중요한 오리온의 그런 결정에 쉽게 비난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두 가지 반전
수많은 반전이 도사리고 있었다.
일단 등록시간이 문제였다. 절차상 외국인 선수를 등록할 때 가승인 신청을 KBL에 한 뒤 2시간 뒤 효력이 발생된다. 오전, 오후 두 차례 등록할 수 있다. 오전 등록시간은 낮 12시였다.
제스퍼 존슨의 대체선수 유효기간은 29일까지다. 즉, 30일 자유의 몸으로 풀린 존슨을 오리온이 낮 12시에 가등록 신청한 뒤 2시간 뒤부터 소속팀 선수로 기용할 수 있다.
그런데 첫번째 문제가 생겼다. 30일 오리온과 모비스의 경기시각은 오후 2시. 즉, 낮 12시에 열리는 가승인 신청을 아무리 빨리 처리해도 1초는 지나간다. 2시간 뒤 효력이 생기기 때문에 오후 2시 경기에서 제스퍼 존슨은 뛸 수 없다.
여기에는 유권해석의 여지가 있다. 등록시각을 낮 12시에 정한 것은 매년 오후 3시에 열렸던 주말 경기 시각 때문이었다. TV중계 때문에 오후 2시로 변경했는데, 가등록 신청시각은 바꾸지 않았다. 즉 오리온 입장에서는 충분히 유권해석을 신청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오리온 이형진 부단장은 부랴부랴 29일 오전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KBL을 찾아갔다. 유권해석에 대한 오리온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다.(한편에서는, 대체 외국인 선수를 꼭 계약 완료 후 완전대체로 바꿀 수 있다는 KBL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 부분도 유권해석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즉, 오리온의 경우 존슨의 대체 용병 기간 도중 완전대체로 바꿔도 규정 상 걸릴 게 없다는 의미다.)
기본적으로 KBL의 규정이 얼마나 허술한 지를 보여주는 부분. 그동안 계속 유권해석에 의지하는 경향을 비판했지만, 변한 게 없다. 결국 29일 등록시간을 낮 12시에서 오전 11시 45분으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두번째 문제는 더욱 중요했다. 공교롭게도 KT의 코트니 심스가 부상을 입었다. KT 역시 산술적으로 6강을 포기할 수 없다. 효율적인 리빌딩을 위해서도 그렇다.
현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대체 외국인 선수는 당연히 제스퍼 존슨이다.
그런데 30일 함께 가등록 신청을 하면, 지난 시즌 성적의 역순으로 우선권은 KT가 가져가게 된다. 이 부분은 오리온 입장에서는 할 말이 없다.
KT 측은 "기량 뿐만 아니라 당장 기용할 수 있는 제스퍼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오리온 입장도 있지만, 우리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제스퍼 존슨을 영입할 계획이라는 의미. KT 측 입장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오히려 일방적으로 양보를 하면, 오히려 올 시즌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비난에 시달릴 수도 있다.
결국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가능하다. 오리온이 국내 선수가 취약한 KT에게 국내 선수를 양도하면서 '양보' 합의를 받아내든지, KT가 제스퍼 존슨을 데리고 가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오리온과 KT의 '협상'이 필요한 부분이다. 동부의 경우 로드 벤슨은 가벼운 족저근막염으로 대체카드를 쓸 의향이 없다.
KT는 29일 일단 결론을 내렸다. "제스퍼 존슨에 대한 가등록 신청을 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오리온은 "제스퍼 존슨을 포기하겠다. 국내 선수를 양도하고 제스퍼를 데려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결국 오리온은 애런 헤인즈가 정상 컨디션을 찾을 때까지 대체 외국인 선수를 다시 찾거나, 조 잭슨 1명으로 버텨야 한다. KT 입장에서는 결국 가승인 신청을 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던 제스퍼 존슨에 대한 거취는 그렇게 끝났다. 창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