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한 약속도, 성급한 기대감도 필요없다. 확실한 성적 하나면 충분하다. 본격적으로 한화 이글스에 합류한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27)는 이제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한화가 무려 130만달러의 거액을 주고 영입한 로사리오는 한때 메이저리그에서 촉망받는 거포 포수였다. 2012년 콜로라도 로키스의 주전포수로 활약하며 117경기에 나와 28홈런을 때렸다. 그 덕분에 그해 내셔널리그 신인왕투표에서 4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성적이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고, 주전 포수 자리도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아직 로사리오는 27세에 불과하다. 잠재력을 다시 활활 태울 시간이 많다. 또 선수 본인도 과거의 실패를 뼈저리게 반성하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한국 무대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 협소해진 메이저리그에서의 입지를 알고 새로운 반등을 만들기 위한 도전일 수 있다. 올해 다시금 기량을 만개한다면 앞으로의 선수 커리어는 얼마든지 다른 형태로 열릴 수 있기 때문.
이런 로사리오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건 빠른 팀분위기 적응, 그리고 KBO리그 스타일 습득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해 떠들썩하게 한화에 입단했던 나이저 모건의 실패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모건 역시 메이저리그 경력과 일본 프로야구 경력, 그리고 화려한 퍼포먼스로 무장해 큰 기대를 받았었다. 김성근 감독 역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모건은 한화 팬에게 실망감만 남겼다. 캠프 초반 부상이 있었고, 시범경기 때 출전하지 못하면서 리그 적응 기회를 날렸다. 개막 엔트리에 들어와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깜짝 활약을 펼쳤지만, 그게 전부였다.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지나치게 튀는 행동은 김 감독의 용납 범위를 넘어섰고, 몸상태도 좋지 않은 터라 조기 퇴출이 결정됐다.
기대치와 메이저리그의 성과등을 보면 로사리오는 모건을 훨씬 능가한다. 다행히 로사리오는 과거 팀 동료였던 에스밀 로저스 덕분에 한화와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에 대해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이런 면에서 팀 분위기 적응은 금세 이뤄질 듯 하다. 모건처럼 튀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기행으로 문제될 일도 없다.
남은 건 리그 적응이다. 화려한 경력을 지닌 외국인 타자들이 전부 KBO리그에서 성공하는 건 아니다. KBO리그의 스트라이크존과 투수들의 경기 운용은 메이저리그와 사뭇 다르다. 해외 리그 경험이 없는 로사리오에게는 이점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적응하기 위해서는 캠프에서 최대한 건강한 상태로 훈련에 임한 뒤 시범경기를 통해 부딪혀보는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이론을 정립한다면 한층 쉽게 리그에 적응할 수 있다. 결국 로사리오가 한화의 거포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2~3월에 이르는 캠프와 시범경기가 중요하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수 있다.
고치(일본 고치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