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창립 21년 만에 언론을 상대로 한 첫 프레젠테이션이었다.
엔터비즈니스계의 선두주자로서 항상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으나, SM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좀처럼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왔다. 소속 가수들의 음반이 나오거나 대형사고가 터졌을 때 직접 나서서 홍보 또는 해명하는 JYP엔터테인먼트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나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와는 상당히 다른 행보였다.
그런 차원에서 27일 열린 프레젠테이션 쇼 'SMTOWN: New Culture Technology, 2016'는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특히 오너가 직접 나서서 새로운 플랫폼 등 사업 비전과 관련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일은 연예계에선 처음 있는 일이었다.
40여분간 진행된 프레젠테이션 쇼에서 이수만 프로듀서는 에스엠타운 코엑스아티움를 가득 메운 300여명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해 어떤 선택들을 했을까.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살펴봤다.
▶잡스 따라잡기 vs 잡스 뛰어넘기
오너가 프레젠테이션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게될 경우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언론의 관심이 확 높아지는 만큼 회사 입장에선 일단 반갑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해당 제품(프로젝트)에 대한 오너의 설명이 청중에 어필되지 못한다면 오히려 결과는 더 처참할 수 있다.
이러한 리스크를 떠안고 공식석상 나들이를 결심한 이수만 프로듀서의 이날 무대는 많은 부분에서 일명 '프레젠테이션의 제왕'이라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게 했다는 평이다. 이수만 프로듀서가 스티브 잡스를 참조하지않았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 등이 흡사했다. PPT(프레젠테이션에 사용하는 문서)에도 텍스트를 최소화하고 비주얼적인 측면을 강조, 설명에 대한 집중도를 높인 점 등이 그러했다.
이 과정에서 이수만 프로듀서는 특히 신뢰감을 높이는데 주력한 티가 역력했다. 서프라이즈나 비주얼적인 측면도 충분히 고민했으나, SM의 또다른 10년을 그리는 로드맵에 대한 신뢰도를 더하려는 듯 그 어느 프레젠테이션보다 '쓸거리'가 많았다는게 현장 기자들의 평이었다. 그만큼 화려한 말의 향연, 또는 비주얼적 쇼에 치중하기보다는 알맹이 있는 프레젠테이션을 고민했다는 평가다.
특히 무대 데뷔까지 최대한 뜸을 들이는 요즘 가요계 관행을 깨고, 새로운 아이돌 그룹의 실체를 이날 상당부분 공개해 기대감을 높였다. 또 이수만 프로듀서는 이날 '스테이션'이란 새로운 형태의 음원 공개 방식의 첫 주자로 태연을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핑크 와이셔츠와 오렌지색 양말, 격식 파괴
이날 자리가 자리였던만큼 이수만 프로듀서의 의상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언론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까지도 관심있게 지켜보는 자리인 만큼 지극히 포멀한 정장을 택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보기좋게 깨고, 이수만 프로듀서는 이날 캐주얼한 분위기의 스트라이프 수트를 입었다. 활동적인 느낌을 강조하려는 듯, 신발 또한 정장 구두가 아닌 캐주얼 슈즈로 편안함을 선사했다.
특히 공식석상에서 보기 힘든 핑크빛 와이셔츠를 택해 눈길을 끌었는데, 이는 SM의 상징색이 핑크라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이와 함께 이수만 프로듀서의 재치가 돋보인 이날 의상의 포인트는 양말이었다. 무대 위에서 걸어다닐때 언뜻언뜻 보이는 양말을 오렌지톤으로 매치해 의상 전체에 포인트를 줬다. 과해보이지 않는 선에서, 엔터테인먼트업계 리더다운 위트를 보여준 셈이다.
SM을 무대로 활동하는 스타일리스트가 수십명에 달하지만, 이날 이수만 프로듀서는 옷과 소품 등을 직접 골랐다는 후문이다. 헤어스타일 또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직접 완성했다. 한때 가수와 방송인으로 활동한 경험 덕에 무대에 대한 공포증이 상대적으로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보고 웃는 사이 기대치를 올려라, 이수만의 프레젠테이션 스킬
이날 차분하게 진행을 한 이수만 프로듀서는 전반적으로 준비한 내용들을 막힘없이 잘 전달했다. 무엇보다 신사업 계획을 소개하는 자리인 만큼 객석과의 소통보다는 중요 내용의 전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이날 이수만 프로듀서가 발표한 5개의 프로젝트는 한국 가요계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그림을 제시하고 있다. 만약 성공한다면, K-POP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메가톤급 혁신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례를 접해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이날 발표는 자칫 백일몽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이날 다양한 홀로그램, 그래픽 등을 활용해 세계적인 IT 기업의 신제품 발표회를 연상시키는 프레젠테이션 쇼로 진행된 것도 이러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장 쉽고 가시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화려한 볼거리를 통해 어찌보면 추상적으로 보이는 SM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체감지수를 확 올려놓는데 주력한 것이다. 발표 내용에 대한 주목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수만 프로듀서가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맡았다는 분석도 가능해진다.
물론 이수만 프로듀서는 발표 사이사이 유머를 곁들여 주제의 무게를 덜어내는 센스 또한 잊지 않았다. 신인 그룹 NCT를 소개한 뒤에는 "기자들, SM 임직원에게 신고식을 했다. 하지만 가장 무섭게 신고를 해야 할 사람은 세사람이 있다. SM과 처음부터 같이한 보아 이사님, 강타 이사님, 김민종 이사님께서 무섭게 쳐다보고 있다. 오늘 신고식 마쳤는데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무대 위에서 직접 3명의 이사를 향해 90도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기도 했다.
한편 프레젠테이션 이후 업계의 평가는 상당히 호의적이다. 하나금융투자는 28일 에스엠에 대해 2017년 이후 에스엠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다며 목표주가를 7만원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최소 3팀으로 예상되는아티스트 데뷔 비용과, 디지털 음원 관련 수익 증가만을 반영해 올해 실적 추정을 하향했다"며 "하지만 2017년 이후 에스엠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해 목표주가를 올렸다"고 설명했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