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캠프에서 최악의 상황은 선수의 부상이다.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 병원에서 치료가 필요한 정도로 큰 부상부터 단순 피로 누적에 의한 근육통까지 범주가 넓다. 하지만 정도와 상관없이 일단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할 정도라면 선수 본인은 물론 팀에도 큰 손실이다. 한화 이글스의 고치 스프링캠프에도 이런 조짐이 엿보인다.
29일 현재 한화 스프링캠프는 '4일 훈련-1일 휴식'의 세 번째 사이클에 들어섰다.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훈련은 점점 더 강도가 높아진다. 이런 와중에 햄스트링이나 근육통, 혹은 무릎 통증으로 인해 훈련에서 열외돼 재활 중인 선수들이 적지 않다. 훈련 분위기나 몰입도 자체는 뛰어나지만, 의외로 부상자가 많아 훈련의 충실도는 떨어진다.
28일 훈련에서도 열외자가 무척 많았다. 투수 파트에서는 송신영과 박정진 등이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송신영은 어깨쪽에 미세한 통증이 있다. 박정진은 지난시즌 막판에 부상이 생긴 이후 신중하게 재활 중이다. 그러나 이 선수들은 이번 캠프 기간에 특별히 아프게 된 케이스는 아니다.
대신 야수쪽에서는 캠프 기간에 통증이 생긴 선수들이 많다. 지난해 주장 김태균과 이용규 정근우가 28일 훈련에서 빠진 채 재활 훈련을 했다. 대부분 근육통이다. 정근우는 무릎 상태가 약간 좋지 않다. 또 강경학과 하주석 등도 조용히 재활 중이다. 강경학은 오른쪽 햄스트링 증세가 있다.
이렇게 상당수의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김성근 감독의 걱정도 늘어나고 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김 감독은 '부상자 방지'를 매우 중요한 목표로 세웠다. 그래서 지난 15일 캠프 출발 때부터 아예 부상이 생길 수도 있는 선수들은 빼고 왔다. 김 감독은 "몸상태가 완전치 못하면 캠프 훈련량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아플 수 있다. 그래서 몸을 다 만든 뒤 오라고 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배려했음에도 아픈 선수들은 나왔다. 선수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기온이 쌀쌀한 편인 고치 캠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긴 현상으로 보인다. 고치 캠프는 1월 기온이 높지 않다. 날씨가 좋을 때는 한국의 가을 날씨 정도지만, 해가 지고 바람이 불면 상당히 쌀쌀하다. 게다가 캠프 초반에는 눈까지 내리는 등 기온이 급감했다.
때문에 김 감독도 몸이 아픈 선수들에 대해 "각자 알아서 몸관리에 신경써야 한다"면서 "전처럼 몸이 아픈 선수를 재활 캠프로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스스로 책임을 지고 몸을 만들어놓길 바란다"고 강조하고 있다. 훈련량의 조절이나 치료 등을 선수 본인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뜻이다. 결국 어느 정도는 선수들에게 자율권을 부여했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한화 선수단에는 지금 '부상 주의보'가 내려져 있다. 아프지 않고 캠프를 완주하기 위해 선수들은 한층 더 몸을 사리는 중이다.
고치(일본 고치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