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로이드'는 항상 있어 왔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FA'와 '스테로이드'의 합성어인 이 단어는 FA 자격을 얻는 선수가 해당 시즌 모든 힘을 쏟아붓는 현상을 표현하는 말이다.
9, 10구단의 창단으로 선수부족 현상이 가중됐다. 결국 'FA몸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FA로이드'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각 구단은 합리적인 대응방법이 필요했다. FA로 풀린 선수와 계약을 맺을 때 보상 규정이 있다. 보호선수 20인 외 1명을 지명하고 해당 FA 연봉 200%를 받거나, 선수 지명을 포기하고 해당 FA 연봉의 300%를 받는다.
때문에 예비 FA를 가진 구단은 그 해 해당 선수의 연봉을 좀 더 높여 주는 방식을 채택했다. '예비 FA 프리미엄'이다. 여기에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빛
구단이 '예비 FA 프리미엄'을 주는 이유는 명확하다. 당장 출혈이 있지만, FA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 구단 입장에서는 보상금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FA 지명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를 적극 활용하는 구단이 두산이다. 2014년 두산은 김현수와 기존 연봉 4억5000만원에서 무려 3억원이 뛴 7억5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김현수의 2014년 기록은 3할2푼2리, 22홈런, 90타점. 준수한 기록이었지만, 3억원이나 뛸 성적은 아니었다. 당시 두산은 "예비 FA가 된다는 가정이 깔려있었다"고 했다. '예비 FA 프리미엄'이 있었다. 올해 KIA 양현종과 SK 김광현도 팀내 에이스의 상징성과 함께 예비 FA 프리미엄이 녹아든 케이스다.
KIA 양현종은 4억원에서 7억5000만원, SK 김광현은 6억원에서 8억5000만원으로 대폭 인상됐다.
세 선수는 공통점이 있다. 실력과 스타성을 모두 지녔다. 게다가 세 선수는 꾸준한 활약을 했다. 구단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상징성도 있었다. 결국 각 구단들은 '이 선수는 우리 구단 선수'라는 확실한 의지표명을 한 것이다.
국내 최고의 프로스포츠로서 야구의 위상은 더욱 높아져 간다. 때문에 프랜차이즈 스타를 지키기 위해 '예비 FA 프리미엄'을 적용시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선수 입장에서는 매 시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주고, 소속팀은 간판스타를 지킴과 동시에 보상금이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자
세 선수와 달리, 삼성 최형우는 기존 6억원에서 1억원 인상된 7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예비 FA인 점을 감안하면 인상률이 크게 높지 않았다. '예비 FA 프리미엄'은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최형우 역시 수년간 삼성의 간판타자였다. 즉, 간판 타자를 지키려는 의지는 약화된 반면, 냉철한 평가라는 엇갈린 시선이 있을 수 있다.
예비 FA 프리미엄은 부작용도 있다. 부족한 공급과 풍족한 수요라는 기형적인 선수 수급 시스템에서 생긴 변형된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연봉은 순수하게 활약상을 놓고 평가해야 한다. 즉, 기본적으로 기록이 좋아야 연봉이 뛴다. 하지만, '예비 FA 프리미엄'은 이런 원칙을 깨뜨린다.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의 경우 저연봉 선수들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다. 구단의 '지갑'이 무한대로 열려 있을 수 없다. 당연히 무명의 다른 선수들의 연봉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어떤 선수는 단지 예비 FA라는 이유만으로 1~2억원의 연봉이 우습게 뛰는데, 어떤 선수는 100만~200만원을 가지고 줄다리기를 하는 현실이다. 당연히 프로세계에서는 잘하는 선수가 많이 받고, 못하는 선수가 적게 받는 게 맞다. 하지만 프로야구의 '빈익빈 부익부'는 도를 넘어선 실정이다. '예비 FA 프리미엄'이 이런 마지노선을 깬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또 구단 입장에서는 제 살 깎아먹기일 수 있다. '예비 FA 프리미엄'으로 연봉이 높아진 선수가 FA 자격을 얻는다면 협상금액의 베이스는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경쟁팀은 줄어들겠지만, 자연스럽게 선수 가치와 별개로 FA 계약 총액은 올라가는 부작용이 있다. 'FA 먹튀' 가능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