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tvN 월화극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가 '미생'을 잇는 만화 원작 드라마의 성공적인 예로 호평을 얻고 있다.
'치인트'는 최근 8회 방송을 마치며 반환점을 돌았다. 지난 26일 방송된 8회에서는 유정(박해진)과 홍설(김고은)의 로맨스가 정점에 이르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치인트'의 기본 축은 캠퍼스 로맨스다. 유정과 홍설이 펼치는 달달하고도 스릴있는 로맨스는 시청자들과 밀당을 벌이며 가슴을 졸이게 만들고 있다. 풀어야 할 의문들이 아직 남아있지만, 둘 사이의 사랑은 점점 커져가고 시청자들도 이에 환호하고 있다.
그런데 '치인트'가 성공한 배경에는 로맨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 평범한 여대생 홍설과 재벌 2세 유정의 이야기는 여느 로맨틱 코미디 속 러브라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치인트'가 차별화되는 지점은 이들의 로맨스가 흘러가는 과정에서 '공감'을 잡은 것이다.
웹툰의 성공적 드라마화 1순위에 꼽히는 '미생'은 장그래(임시완)와 원인터내셔널 사람들을 통해 웹툰이 보여줬던 냉혹한 현실과 직장인들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배우들은 캐릭터에 최적화된 연기로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했으며, 카메라의 디테일한 시선과 색감, 감정이나 분위기에 적합한 음악의 사용 등 섬세한 연출이 시청자들이 인물의 감정에 몰입하는데 촉매작용을 했다.
'치인트' 또한 마찬가지. 드라마적으로 과장되기는 했으나, 뜯어보면 대학생활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인물들과 에피소드가 대거 등장한다. 캠퍼스 속의 작은 사건들 속에 파고 들어가 얽히고설킨 인과관계들을 시청자들과 함께 풀어간다. 현실성을 바탕으로, 그 속에 당하기만 하던 홍설의 반격과 유정의 노련한 심리전 등을 녹여내니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우선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에 힘이 있다. '치인트'에서는 대학교에 가면 꼭 만날 수 있는 인물들로 열연하고 있는 배우 황석정(강교수 역), 문지윤(김상철 역), 윤지원(손민수 역) 등이 극 중 빼놓을 수 없는 감초로 활약, 공감지수를 상승시키고 있다.
학생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교수 1순위, 강마녀라 불리는 강교수 역의 황석정은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인물로 생활밀착형 연기를 펼쳐 호평 받고 있다. 김상철 역 문지윤은 싱크로율부터 캐릭터 소화력까지 완벽히 선보이며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기회주의자를 연기하고 았다. 윤지원도 자신감 없는 말투와 불안한 시선처리로 '존재감 제로' 손민수 자체라는 반응을 얻었다.
깨알 같은 에피소드들도 빛을 발한다. 특히 3회에서는 대학생들이라면 한 번 쯤 경험했을 조별과제를 소재로 삼아 공감을 끌어 냈다. 홍설은 불성실한 팀원들을 대신해 홀로 조별 과제를 했지만 결국 D를 맞았다. 아팠다고 핑계를 댄 조원이 개인과제는 해왔다. 대학이라는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심리 싸움이 마치 우리 사회의 축소판 처럼 느껴져 호기심을 자극했다.
홀로 자취 생활을 하며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는 홍설의 하루도 여느 대학생들과 비슷했다. 방학에 여행 갈 생각으로 들뜬 친구와 달리 학비도 없어 장학금을 노릴 수밖에 없고, 공부에만 집중하고 싶지만 생활비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도 없는 홍설의 모습이 요즘 대학생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네티즌들이 한 지상파 방송사에 등장한 화려한 자취방과 외진 골목에 있는 홍설의 작고도 자취방을 두고 비교한 것만 봐도 그 세심함의 차원이 다르다. 이는 비록 상상력의 산물인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공감을 얻느냐, 얻지 못하느냐의 차이가 얼마가 큰 것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한편, 16부작인 '치인트'는 8회 방송을 마치며 반환점을 돌아 제2막을 예고하고 있다. 이를 알리기라도 하는 듯 홍설을 따라하기 시작한 손민수와 또 다시 조별과제 한 팀으로 갈등을 빚기 시작한 김상철, 유정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는 오영곤(지윤호) 등의 모습이 그려져 불길한 기운을 남겼다. 유정이 인턴 생활을 위해 학교를 잠시 떠나면서 홍설이 순탄한 학교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그녀의 캠퍼스판 '미생' 라이프가 시선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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