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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인트' 열풍①] 김고은, '인생 캐릭터'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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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이쯤되면 '인생 캐릭터'다.

배우 김고은이 물 만났다. tvN 월화극 '치즈인더트랩'을 통해서다.

김고은은 사실 혜성같은 신인이었다. 2012년 영화 '은교'로 데뷔하자마자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전형적인 동양미가 흐르는 페이스는 서구화 미인들로 가득한 연예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상큼함이 인간화 되면 김고은'이라는 평이 있었을 정도. 자신만의 매력으로 똘똘 뭉친 이 여배우의 앞날은 쾌청하기만 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은교' 이후가 쉽지 않았다. 출연작마다 흥행에 참패했던 것. '차이나타운', '협녀, 칼의 기억', '성난 변호사'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차이나타운' 뿐이었다. 이와 함께 연기력 논란도 불거졌다. 그의 연기력 때문에 몰입도를 망친다는 혹평이 쏟아졌고 '김고은 거품론'마저 일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고은이 '치즈인더트랩' 여주인공 홍설로 캐스팅 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치어머니'들은 이에 격노했다. 원작 캐릭터와의 싱크로율부터 캐릭터 해석 능력까지 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방송이 시작되자 판세는 달라졌다. 김고은의 생활 연기에 시청자들의 마음이 돌아선 것. 사실 홍설 캐릭터는 꽤 난감하다. 뚜렷하게 표현되는 특징이 없다. 인물 설명조차 '평범한 여대생'이다. 이중적이기도 하다. 극도로 예민한 성격이지만 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무던한 척 자신을 숨기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쓸데없는 일에 관심을 쏟아 사건을 키우는 오지라퍼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조차 뚜렷한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는 홍설이기에 무게중심을 잘 잡지 않으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고은은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홍설 캐릭터를 그려내고 있다. 인간관계 때문에 고민하는 청춘의 심리 상태를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며 그의 변화와 성장을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다.

드라마틱한 악역이나 착해빠진 주인공 같은 전형적인 극적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오히려 쉽다. 하지만 '치즈인더트랩'처럼 일상 속 잔잔한 캐릭터를 연기하려면 연기자 본인조차 현실인지 가상인지 헷갈릴 정도의 몰입도가 필요하다. 또 시청자들이 일상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하려면 최대한 표현을 자제하면서도 흐름을 전달하는, 고도의 집중력과 절제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수많은 베테랑 배우들도 '생활 연기가 가장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데뷔 4년차를 맞은, 1991년생 나이 어린 배우가 생활 연기의 달인 포스를 풍긴 것.

네티즌들 역시 '김고은 너무 사랑스럽다', '정말 다시봤다',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인줄 몰랐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 '몰라봐서 미안하다'라는 등 응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