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필요없다. 역시 분데스리거는 달랐다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금자탑이 유럽파의 발끝에서 나왔다.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의 류승우(23)가 결정적인 순간 진가를 발휘하며 브라질 리우행 티켓을 선물했다. 류승우는 27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최국 카타르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겸 2016년 리우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강전에서 선제을 터트리며 팀의 3대1 승리를 이끌었다.
후반 3분이었다. 재치 넘치는 골이 폭발했다. 황기욱(연세대)이 수비 뒷공간으로 로빙패스한 볼이 발끝에 걸리자 골문을 비우고 나온 골키퍼가 성큼 다가섰다. 그는 골키퍼가 걷어내기 직전 지체없이 오른발 슛을 날렸고, 볼은 굴러가 그대로 골네트에 꽂혔다. 유럽의 벤치 설움이 단번에 날아갔다. 올림픽 티켓으로 보상받았다.
류승우는 2013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해외진출에 성공했다. 제주에 입단한 뒤 곧바로 레버쿠젠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그러나 주전경쟁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2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시즌 중에는 브라운슈바이크로 임대돼 16경기에서 4골을 터뜨렸지만, 올 시즌은 단 한 경기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실전 감각이 물음표였다. 카타르 도하 입성 전인 UAE(아랍에미리트) 전지훈련에선 무릎을 다쳤다. 그래도 정신력은 단단했다. 그는 "(레버쿠젠에서)출전 기회를 받지 못해 개인적으로 실망도 많이 했다. 그러나 혼자 따로 운동을 하며 준비를 많이 했다. 내가 유럽파라고 해서 주전경쟁에서 앞서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몸을 낮췄다.
진검 승부가 시작되자 류승우를 둘러싼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그는 조별리그에서 1골-1도움을 기록했다. 조별리그 첫 경기인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후에는 "90분을 소화한 지 오래돼서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경기장에 들어가니 걱정했던 만큼은 아니었다"며 웃은 후 "경기 뛸 수록 더 나아질 것이라는 자신감도 들었다"고 강조했다.
카타르전은 긴장감이 상상을 초월했다. 카타르의 홈 텃세는 물론 홈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도 기다리고 있었다. 류승우는 그라운드에서 미소와 여유를 잃지 않았고, 결국 대역사를 작성하는데 주연으로 등극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