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최형우(33)가 7억원에 2016년 연봉 계약을 했다. 지난해 6억원에서 1억원(16.7%) 상승했다. 구단은 "지난해 4번 타자로 전 경기에 출전했다. 타율 0.318, 33홈런, 123타점을 기록했다"며 연봉 상승 요인을 설명했다. 1억원은 차우찬(3억원→4억원)과 함께 팀 내 최고 인상액이다.
다만 기대를 모은 비FA 연봉 최고액은 경신하지 못했다. 이 부문 기록은 지난해 두산 소속이던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올해 양현종(KIA 타이거즈·이상 7억5000만원)이 갖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고과대로 협상을 진행했다. 우리 팀은 전통적으로 예비FA 프리미엄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삼성 노선은 이번에도 확고했다.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앞서 FA를 행사한 3명의 투수도 마찬가지다. 2012년말 장원삼은 2억2500만원에서 1억7500만원 오른 4억원에 사인했다. 다승왕, 골든글러브, 예비 FA 신분에도 100% 인상은 없었다. 2014년 초엔 윤성환이 3억원에서 4억5000만원으로, 안지만이 3억원에서 4억1000만원으로 연봉이 올랐다. 둘 모두 협상 과정이 순탄하지 않아 괌 캠프 합류까지 미뤘지만, 선수 자존심 위에 구단 원칙이 존재했다.
한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예비 FA 프리미엄이 왜 존재해야 하나"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는 야구인이 많다. 선수와 마주 앉는 협상 실무자들의 하소연은 더 절절하다. 이들은 "연봉은 말 그대로 그 해 정규시즌 성적을 토대로 인상 요인을 책정하는 것이다. 예비 FA 프리미엄이 기정사실화 된 작금의 분위기는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예전만 해도 예비 FA 프리미엄을 무조건 인정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시장 질서를 흐린다는 분명한 이유가 존재했다. 하지만 갈수록 쓸 만한 선수가 없다. 걸출한 신인이 나오지 않으면서 외국인 선수, 기존 베테랑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한국 야구 현실이다. 그러면서 구단들이 예비 FA들에게 의지하기 시작했다. 선수 자존심을 살려준다는 이유로, 최악의 경우 보상금을 많이 받겠다는 심정으로 '프리미엄'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삼성 기조는 흔들리지 않았다. 4번 타자 최형우라고 '예외'로 두지 않았다. 구단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도 예비 FA 박석민(NC)과 1억원 오른 4억7000만원에 연봉 계약을 마쳤다.
물론 선수 본인은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그는 지난해 18개의 결승타로 이 부문 2위에 오른만큼 순도 높은 활약을 펼쳤다. 일각에서 제기한 포스트시즌 성적은 연봉 고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별개의 문제다. 최형우 입장에서는 당연히 7억원 이상을 원했을 테다.
어쨌든 진통 끝에 찾은 구단과 선수가 합의점을 찾았다. 최형우는 1억원 인상으로 역대 삼성 비FA 선수 중 최고 연봉자가 됐다. 종전 기록은 이승엽이 일본 진출 전 2003년에 받은 6억3000만원이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