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년 소녀의 첫 사랑에선 여전히 풋내가 난다.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더욱 아련한 추억을 영화 '순정'이 현재로 소환한다. 도경수와 김소현이 첫 사랑에 응답했고, 연준석, 주다영, 이다윗까지 '5총사'가 우정을 나눈다.
'순정'으로 장편 데뷔한 이은희 감독은 26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순정'이란 제목 그대로 배우와 스태프 모두 순정을 바쳐 촬영했다"며 "이 영화가 순수한 감정을 담고 있는지, 혹은 담아낼 자신이 있는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순정'이란 제목에는 첫 사랑과 우정은 물론 과거를 돌아보는 태도와 그리워하는 마음까지 담겨 있다"며 "쿨하다는 단어 속에 숨겨져 있는 감정이 순정이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전혀 쿨하지 않다.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순정'은 라디오 생방송 도중 DJ에게 도착한 23년 전 과거에서 온 편지를 통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애틋한 첫사랑과 다섯 친구들의 우정을 그린다.
도경수는 말수 적고 수줍음 많은 열일곱 소년 범실을 연기한다. 동네 친구 수옥을 짝사랑해 남몰래 챙겨주며 마음을 전한다. 김소현은 아픈 몸 때문에 학교에도 가지 못한 채 섬에서만 지내지만 누구보다 밝은 수옥 역을 맡아 청순한 매력을 발산한다.
도경수는 "실제로 스물네 살이지만 열일곱 나이에 맞게 순수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투명 우산 아래서의 고백신에 대해선 "내가 평생 지켜줄 거라는 대사를 어떻게 표현해야 부담스럽지 않을까 연구를 많이 했다"며 "평소에는 애교가 없지만 그 장면을 연기할 때는 진지하게 임했다"고 말했다.
김소현은 수옥에 대해 "발랄하지도 않지만 조용하지도 않은 친구"라고 소개하며 "모두에게 사랑받고 기억에 오래 남는 친구는 어떤 존재일까 고민했다"고 했다. 영화 속 친구들은 아픈 수옥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등을 내어준다. 친구들이 수옥을 차례로 업고 다니는 모습은 꽤 뭉클한 여운을 남긴다. 김소현"수옥의 힘들고 안타까운 상황들이 어둡거나 걸림돌처럼 느껴지지 않길 원했다"며 "나를 가장 많이 업고 다닌 도경수의 등이 가장 편하다"고 웃었다.
듬직한 연준석과 말괄량이 주다영, 넉살 좋은 이다윗은 '순정'이 발견한 보물이다. 이들 덕분에 영화 속 5총사의 우정이 반짝반짝 빛난다. 주다영은 "실제 성격과는 다른 캐릭터지만 나를 내려놓고 또래배우들과 촬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길자가 됐다"고 했고, 연준석은 "관객들이 영화에서 추억을 떠올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다윗은 "'순정'이 바로 우리이고, 우리가 '순정'이다"라며 "영화에서 수옥이가 너무 보고 싶었지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그래서 마냥 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다 눈물 짓기도 했다.
주연배우 5총사는 전남 고흥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하는 동안 친구처럼 허물없이 어울렸다. 낚시와 바다수영을 하고, 틈틈이 술자리도 가졌다. 아직 10대인 김소현은 "(술자리에) 어울리지 못해 조금 외로웠다"고 농담도 했지만, 고흥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는 배우들의 표정은 더 없이 밝았다.
고흥시는 영화 제작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현 고흥 군수는 영화 속 마을 노래자랑의 사회자가로 카메오 출연하기도 했다.
영화에 담긴 고흥의 푸르른 바다와 소박하지만 정겨운 섬 마을 풍경, 추억이 담긴 올드팝과 대중가요들도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2월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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