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쌍꺼풀은 배우, 특히 여배우들에게 필수 조건인 때가 있었다. 쌍꺼풀이 흐리기만 해도 조금 더 두텁게, 진하게 쌍꺼풀 수술을 하는 일이 당연한 듯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특히 충무로에서 개성 있는 마스크를 선호하게 되면서 이제는 쌍꺼풀 없는 이른바 '무쌍'여배우들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
'무쌍' 여배우의 대표격인 박소담은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부터 '베테랑' '사도' 그리고 '검은 사제들'로 대미를 장식했다. 그리고 지난 20일 방송한 MBC '라디오스타'에서 매력을 폭발시키며 올해도 기대케 했다. 그는 방송에서 귀신들린 연기부터 귀여운 막춤까지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그는 또 쌍꺼풀이 없는 자신의 얼굴에 대해 "다들 걱정이 되나 보다. 내가 엄청나게 예쁜 건 아니지만 배우를 하면서는 나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나만의 개성이라고 생각해서 한 번도 성형수술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라며 "귀가 크다. 귀가 커서 스트레이트 긴 머리를 하면 귀가 튀어나온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또 차기작으로 연극 '렛미인'을 택하며 연기파 배우로 성장할 것임을 기대케 했다.
이솜도 '무쌍' 여배우로 충무로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4년 '마담 뺑덕'을 통해 단숨에 스타로 떠오른 이솜은 다음 달 18일 개봉하는 영화 '좋아해줘'에서 솔직하고 발랄한 캐릭터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좋아해줘'는 대책 없이 '좋아요'를 누르다가 진짜 좋아져 버린 내 생애 가장 설레는 로맨스를 그린 영화로 이솜은 이 작품에서 일에는 초짜지만 연애는 고수인 타고난 밀당녀로 숨겨왔던 연애 내공을 발산한다.
"이솜이 연기 할 때 현장에 있던 모든 남자 스태프들의 광대가 올라가 있었다"는 박현진 감독의 말처럼 이솜은 '밀당 고수' 장나연에 자신만의 밝고 건강한 매력까지 더해 촬영장의 비타민 노릇까지 톡톡히 해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솜은 이수호(강하늘)가 보낸 메시지에 쉽게 응답하지 않으며 만나줄 듯 말 듯 그의 애간장을 태우는 등, 탁월한 밀당 스킬을 사랑스럽게 표현해냈다. 이에 함께 호흡을 맞춘 강하늘 역시 "극 중 영상 통화를 하는 장면에서 이솜이 너무 잘해서 실제처럼 설렐 정도였다"고 극찬했다.
또 한 명의 '무쌍' 스타는 한예리다. '군도: 민란의 시대'와 '코리아' 그리고 '해무'를 통해 무서운 연기력을 선보였던 한예리는 최근 '극적인 하룻밤'으로 '로코'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극적인 하룻밤'의 하기호 감독은 한예리를 캐스팅한 것에 대해 "요즘 무쌍꺼풀을 가진 배우들이 대세이지만 캐스팅할 때 이런 점을 고려한 것은 아니다. 생김새보다 연기력을 믿고 캐스팅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외모도 중요하지만 관객들을 몰입시킬 수 있는 배우의 연기력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본인도 예전 SBS 파워FM '공형진의 씨네타운'에 출연해 "쌍커풀 수술 할 생각이 없다"며 "한국무용을 할 때는 친구들의 큰 눈이 부러웠지만 솔직히 이젠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외꺼풀이 장점이라고 이야기를 해 준다. 얼굴 때문에 캐스팅이 됐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매력을 과시했다.
한 영화관계자는 "'강남미인도'라는 그림이 SNS상에서 화제가 될 정도로 천편일률적인 미모가 각광받던 때가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충무로만큼은 '강남미인'보다는 개성있고 매력있는 마스크가 통하는 시대가 왔다"고 단언했다. 바야흐로 '무쌍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