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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한 22년 LG, 그래도 지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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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KBO리그는 그 어느때보다 활기가 돈다. 각 구단은 "올시즌은 정말 알수 없다. 모두에게 기회가 있는 것 아니냐"며 이구동성이다. 첫번째 원인은 흔들리는 최강 삼성이다. 지난 5년간 리그를 지배해온 삼성. 지난해말 갑작스런 해외원정도박 스캔들로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 등 주축 투수들이 빠졌다.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던 통합 5연패가 무산됐다. 일강을 제외하고 나머지 순위로 연간 계획을 짰던 각 팀들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10개 구단은 제각각 전력보강, 체질개선, 리빌딩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중심에 22년간 우승 한을 삼키고 있는 LG가 있다. 가장 오랜기간 우승을 하지 못한 팀은 24년의 롯데. 하지만 롯데는 올겨울 강력한 보강작업으로 환골탈태를 꿈꾸고 있다.

어느덧 LG도 강산이 두번 바뀔 세월에도 헹가래를 치지 못했다. 겉으로 보이는 LG의 2016년은 정중동이다. 한편으론 무기력함도 살짝 엿보인다. LG는 지난 22년간 이런 저런 방법을 동원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해는 의지마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LG는 역대로 2641만명의 홈관중을 동원한 리그 관중동원 1위팀이다. 최고 인기팀이라고 하면 토를 달 이가 꽤 있겠지만 늘 리그 중심에 선 팀이었다.

여타 9개구단을 보면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 삼성은 한결 여유롭다. 주위에선 끊임없이 위기가 다가온다고 하지만 짐짓 느긋하다. 최근 5년간 4차례 우승과 1차례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했다. 5년 연속 정규리그 1위. 우승도 할만큼 했기에 전혀 다른 구단 운영 시동에도 이렇다할 잡음이 없다. 지난해말 제일기획으로의 이관을 계기로 삼성은 수익모델 창출과 마케팅 강화, 합리적인 구단 운영이라는 숙제를 부여받았다. 지출에 상관없이 성적만 내면 됐던 지난날과는 다르다.

롯데와 한화는 그룹 오더의 강력한 리더십 속에 대권 꿈을 꾸고 있다. 롯데는 손승락과 윤길현을 데려왔고, 자의는 아니었지만 황재균과 손아섭의 해외진출이 좌절돼 라인업 손실을 최소화했다. 가장 필요한 구멍을 조속히 메웠다는 평가다. 한화는 3년 연속 FA시장 큰손이 됐다. 정우람을 84억원에 영입했다. 외국인 역시 투수 로저스와 190만달러에 재계약, 타자 로사리오에게도 130만달러를 투자했다.

NC는 단계별 성장 프로젝트로 올해는 우승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IA는 올해도 리빌딩 분위기지만 헥터 노에시(170만달러)를 영입한 것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kt는 꼴찌만 피한다는 것이 목표지만 타팀의 경계 눈초리는 요란하다. 지난해 우승팀 두산은 호성적을 내면 좋겠지만 급전직하만은 막겠다는 표정이다. SK는 서말인 구슬을 꿸 실과 바늘을 여전히 찾고 있다. 박병호 손승락 유한준을 떠나보낸 넥센은 열심히 복권을 긁고 있다. 여러 유망주를 눈여겨 보고 있는데 잠재력이 터지기만 하면 놀라움은 커질 수 있다.

LG는 숨죽이고 있다. 대외적인 목표는 명문구단으로의 성장 토대를 쌓는 것. 내부적으로는 가을야구다. 대부분 팀들이 가을야구를 1차목표, 상위 포스트시즌 무대로 올라가는 것을 2차목표로 잡고 있다.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은 한 곳도 없다. 역대로도 그랬다. LG는 10개 구단중 가장 조용하다. 2008년 FA이진영 정성훈을 영입하고, 이후 몇년간은 내부경쟁과 외국인선수 스카우팅에 집중, 또 다른 몇년은 팀내 육성 등 다방면으로 꿈틀댔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 시즌부터는 리빌딩과 체질개선을 병행하고 있다. 20년 넘게 안 써본 방법이 없다.

지금 LG에 필요한 것은 패배감을 털어내도록 선수단이 서로를 격려하는 일이다. 약은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효능은 몸에 맞아야 발휘된다. 팀을 강화시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돌고 돌아 핵심은 '하나의 팀'으로 뭉치는 것이다. 우승 한 22년, 긴 세월이지만 2016년 LG는 결코 지치면 안된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