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이대호와의 재계약 마감일로 잡은 날짜는 오는 30일이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 주 '소프트뱅크가 이대호에게 30일까지는 잔류 여부에 대한 답을 달라고 최후통첩을 했다'고 전했다. 그 이전까지 이대호는 소프트뱅크와의 재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즉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현지에서 협상을 벌이고 있는 이대호측이 이날까지 계약을 마무리짓는다면 소프트뱅크 잔류는 물건너간다고 보면 된다.
그런 가운데 이대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3개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 빠르면 이번 주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을 전망이다. 국내외 야구소식을 전하는 minkiza.com은 25일(이하 한국시각) '이대호가 현재 3팀과 구체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계약기간 1년, 연봉 400만달러 이상을 마지노선으로 두고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이대호와 관련해 계약 조건이 언급된 것은 처음이다.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윈터미팅 기간이던 지난해 12월 7일 미국으로 출국해 현지 분위기를 파악했다. 이어 12월 13일 귀국해 개인훈련을 진행하던 이대호는 지난 4일 미국 애리조나주에 마련된 롯데 자이언츠 캠프에 합류해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다. 현재 협상은 에이전트에게 일임한 상태다.
이대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과정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기존 FA 시장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거물급 FA 야수인 크리스 데이비스와 요에니스 세스페데스가 각각 볼티모어 오리올스, 뉴욕 메츠와 계약함으로써 시장의 중심은 준척급 FA들로 이동한 상황이다. 준척급이란 계약기간 2~3년에 연봉 300만~700만달러 정도의 몸값을 받을 수 있는 선수들을 말한다. 물론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선수들이다.
MLB.com은 이와 관련해 지난 23일 미계약 FA 10명을 선정하면서 이대호를 7번째로 언급했다. MLB.com은 '이대호는 1루수가 가능한 선수로 한국 출신의 만 33세, 몸무게 130㎏의 체격을 갖췄다'며 '일본 퍼시픽리그에서 지난해 31홈런을 때린 뒤 올해 미국 진출을 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대호가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기량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준척급 1루수로서 모험을 걸어볼만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대호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팀이 어디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minkiza.com에 따르면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에서 모두 관심을 보이고 있고, 한국 선수가 소속된 팀도 하나 포함돼 있다. 적어도 1루수 또는 지명타자감이 마땅치 않은 팀이 이대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면 된다. 현재 상황에서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마이애미 말린스, 밀워키 브루어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등을 떠올릴 수 있다.
문제는 이대호가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제안에 대해 어느정도 수준에서 납득하느냐이다. 아시아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데뷔하는 야수에게 첫 시즌 500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보장해주는 구단은 거의 없다.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 출신 야수 가운데 첫 시즌 최고 연봉을 받은 선수는 마쓰이 히데키다. 마쓰이는 2002년말 뉴욕 양키스와 3년 계약을 하면서 첫 시즌 연봉으로 600만달러를 받았다. 결국 이대호가 마지노선으로 정해놓은 것으로 알려진 400만달러를 어떤 형식으로 보장받느냐가 계약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대호로선 3개팀과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소프트뱅크가 못박은 날짜와 관련해 조급해 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에는 2월중 계약을 하는 선수들도 많다. 일단 이대호는 오는 29일 귀국할 예정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