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더 이상 좌완 불모지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유희관, 이현승, 함덕주, 이현호, 진야곱, 허준혁 등이 차례로 튀어나왔다. FA 장원준도 있다. 84억 계약 당시 오버 페이 논란이 불거졌지만, 지난해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좌완 왕국'에 방점을 찍었다. 그런데 공교롭게 이제는 우완 투수가 부족하다. 불펜 쪽에 특히 확실한 투수가 없다.
후보는 있지만 몸 상태가 문제다. 김강률, 윤명준이 개막 엔트리에 포함될 수 있을지 확답을 하기 힘들다. 김강률은 150㎞ 중반대의 강력한 직구를 갖고 있다. 마무리 이현승 전에 등판해 1이닝을 책임질 능력이 충분하다. 하지만 지난 시즌 초반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입었다. 현재 캠프에서도 전력 질주는 삼가면서 러닝 훈련을 하고 있는 단계다. "앞으로 훈련 강도를 높이면서 불펜 투구에 돌입할 것"이라는 게 두산 관계자의 말. 다만 "매일 몸 상태를 체크해봐야 한다. 언제 100% 상태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불펜 자원 윤명준은 상태가 더 안 좋다. 이번 시드니 캠프 명단에도 빠진 채 국내에서 어깨 관리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캠프에서도 공을 거의 던지지 못했다. 2014년 불펜 투수로는 상당히 많은 71⅔이닝을 소화한 데 따른 후유증이다. 가뜩이나 당시 그는 숱하게 불펜에서 대기했다. 하루에 몇 차례나 몸을 풀면서 실제 던진 이닝보다 어깨에 무리가 갔다.
이에 따라 현재 멀쩡한 오른손 투수는 사실상 노경은 뿐이다. 턱 골절 부상을 완전히 털어낸 지 오래다. 한데 두산 코칭스태프는 노경은을 올 시즌 5선발로 쓰고 싶어 한다. 그는 작년 마무리 캠프에서도 사실상 선발 자원으로 훈련을 했다. 하지만 김강률, 윤명준의 몸 상태가 변수로 튀어나왔다. 노경은이 선발로 시즌을 시작할지, 불펜 투수가 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김태형 감독도 "가급적이면 노경은에게 확실한 보직을 부여해 캠프를 소화하게 하고 싶지만 두고 봐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테랑 정재훈의 존재는 큰 힘이 된다. FA 장원준의 반대급부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던 그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정재훈은 "예전보다 스피드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아픈 곳도 없다"며 "이제는 정말 다시 야구를 잘 해야 한다. 후배들이 잘 반겨줘서 기분 좋게 캠프 준비를 했다"고 했다. 또 투수조 최고참으로서 "1년, 1년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정재훈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평소 베테랑들을 최대한 존중해 주는 김 감독은 "윤명준의 몸 상태에 의문 부호가 달린 상황에서 정재훈이 있기에 천만다행이다. 재훈이에게도 '올 시즌 잘 부탁한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부상만 없다면 개막 엔트리 진입은 무조건 보장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 두산은 정재훈이 무게중심을 잡아준다면 풍족해진 왼손 투수들을 최대한 활용하며 마운드 운용이 수월해진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