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연일 기적' 한국 썰매 원동력과 미래는

by

한국 썰매가 기적을 쓰고있다.

한국 봅슬레이의 간판 원윤종(31·강원도청)-서영우(25·경기도BS경기연맹)가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대회 사상 처음으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원윤종-서영우는 23일(한국시각)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주 휘슬러에서 열린 2015~2016시즌 월드컵 5차 대회에서 1, 2차 시기 합계 1분43초41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차시기에서 51초63, 2차시기에서 51초78을 기록했다. 스위스팀과 공동 1위다. 아시아팀이 봅슬레이 월드컵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차 대회에서는 숨을 골랐다. 원윤종-서영우는 2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월드컵 6차 대회에서 1, 2차 시기 합계 1분43초54의 기록하며 9위를 차지했다.

봅슬레이뿐만이 아니다. 스켈레톤의 윤성빈(23·한체대) 역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 스켈레톤 월드컵 6차 대회에서 1분45초24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 시즌 다섯 대회 연속 메달 획득이다. 이것으로 세계랭킹 2위에 올라섰다.

몇년전만 해도 한국 썰매는 불모지였다. 세계 무대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썰매는 유럽과 북미의 잔치였다. 봅슬레이에서 나온 133개의 올림픽 메달 모두 유럽과 북미에서만 나왔다. 스켈레톤과 루지도 마찬가지다. 유럽과 북미 외 출전국들은 들러리였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시작도 초라했다.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 루지에 3명의 선수들이 나섰다. 썰매도 빌려서 나갔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는 스켈레톤에도 출전 선수를 냈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봅슬레이까지 출전했다. 물론 이때까지만해도 상황은 열악했다. 썰매를 빌리거나 외국팀이 버린 썰매를 수리해 탔다. 변변한 연습장도 없었다. 무더운 여름 아스팔트 내리막길 위에서 바퀴달린 썰매를 타며 훈련했다.

2010년이 분기점이었다. 평창에 '스타트 훈련장'이 생겼다. 썰매는 스타트가 생명이다. 스타트에서 0.1초만 늦어도 전체 기록에서는 0.3초 차이가 난다. 0.01초 차이로 순위가 갈리는 썰매에서는 스타트의 비중이 크다. 한국 선수들의 스타트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도 스타트 훈련장 덕분이었다. 새로운 선수들도 합류했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2010년, 윤성빈은 2012년 입문했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이들은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2014년 소치대회에서는 16명의 선수들이 나섰다. 한국 썰매 사상 최다 참가였다.

지원도 크게 늘었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후원사로 나섰다. 장비부터 보강했다. 봅슬레이의 경우 2013년부터 라트비아 장인이 만든 썰매를 타고 경기에 참가했다. 대당 1억원이 넘는다. 27일부터는 국산 썰매를 탄다. 현대자동차가 특별 제작한 전용 썰매로 스위스에서 열리는 유럽컵 대회에 나선다.외국인 지도자의 합류도 힘이 됐다. 2014년 소치대회 직전 베테랑 맬컴 로이드 코치를 영입했다. 로이드 코치는 영국,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러시아 등에서 38년간 지도자 생활을 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선진 드라이빙 기술을 전수했다. 다만 로이드 코치는 이번 4차 월드컵 직전 암으로 사망했다. 4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원윤종과 서영우는 시상식에서 로이드 코치를 애도하는 플래카드를 들어 감동을 안겼다. 5차 대회에서는 로이드 코치의 아내가 직접 금메달을 전하기도 했다. 로이드 코치 외에도 찰스 제논 월러저크 코치(캐나다)와 리처드 브롬리 객원 코치(영국)가 한국 썰매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제 한국 썰매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메달 획득이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우선 2월 평창 썰매 트랙이 완공된다. 썰매 종목은 트랙 적응도가 성적에 큰 영향을 끼친다. 역대 올림픽 결과를 봐도 홈팀 선수들이 메달을 딴 비율이 높다. 동계올림픽 개최국은 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경기장에서 훈련을 계속해서 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팀의 경우 규정상 40번이 최대다. 실제로 2014년 소치 대회 봅슬레이 2인승 우승을 차지한 러시아의 경우 직전까지 세계 랭킹은 6위에 불과했다. 한국 역시 홈어드밴티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상승세도 또 하나의 이유다. 스켈레톤 윤성빈의 경우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스켈레톤계의 우사인 볼트'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만이 남았다. 두루크스는 6차례의 월드컵에서 단 한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윤성빈은 두루크스와의 기록차를 계속 줄이고 있다. 2년 후에는 따라잡겠다는 각오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