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영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타자를 확정짓지 못했던 두산이 메이저리그 출신 타자 닉 에반스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투수 1명, 타자 1명을 남겨놓고 있던 한화는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자랑하는 윌린 로사리오 영입을 공식 확정했다. LG 트윈스는 투수 1명을 남겨놓고 있는데, 루카스 하렐을 포함해 3~4명의 후보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현재 올해 KBO리그에 데뷔하는 외국인 선수는 에반스와 로사리오를 포함해 13명이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선수는 로사리오와 KIA 타이거즈 투수 헥터 노에시다. 두 선수의 공통점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고, 지난 시즌까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되는 등 메이저리그 경력이 화려하다는 점이다. 로사리오는 130만달러, 노에시는 170만달러에 계약했다. 한국 무대 첫 시즌 연봉으로는 투타 역대 최고 금액이다. 가장 최근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뛴만큼 한화와 KIA가 거는 기대는 무척 크다.
하지만 아직 20대인 이들이 다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지 않고 한국행을 선택한 것은 조금은 특별해 보인다. 1989년생인 로사리오는 2011년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이듬해부터 주전으로 뛰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마이너리그를 오르내리며 기복을 보였다. 메이저리그에서는 87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6푼8리, 6홈런, 29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마지막까지 현역 메이저리그 명단에 포함돼 출전했다. 그러나 콜로라도는 로사리오와의 재계약을 거부했다. 27세로 젊고 통산 타율 2할7푼3리의 만만치 않은 타격 실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콜로라도는 11월 22일 그를 방출대기 선수로 공시했다. 로사리오는 원하는 팀이 나타나지 않자 콜로라도 구단의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하고 FA를 선언했다. 그리고 한화의 제안을 받은 것이다.
1987년생인 노에시는 2011년 뉴욕 양키스에서 데뷔해 시애틀 매리너스, 텍사스 레인저스,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거치며 통산 107경기에서 12승31패, 평균자책점 5.30을 기록했다. 2014년 풀타임 선발로 8승12패, 평균자책점 4.75를 올린 것이 최고 기록. 지난해 화이트삭스 소속으로 6월 16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서 던진 직후 방출대기를 통보받은 노에시는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뒤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트리플A 샬럿 나이츠에서 11경기에 등판해 4승4패, 평균자책점 3.32을 마크하고 시즌을 마쳤다. 노에시 역시 비시즌 동안 메이저리그 팀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KIA의 러브콜을 받고 한국행을 선택한 것이다.
이들에게 메이저리그 기회가 오지 않은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기량적 측면과 기량 외적인 측면 모두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두 선수 모두 몸상태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한화와 KIA가 부상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계약을 했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풍부한 메이저리그 경력이 KBO리그에서도 활약을 보장할 수 있을까.
역대 외국인 선수 가운데 이들처럼 남부럽지 않은 메이저리그 경력을 지닌 선수로 2014년 두산 베어스 호르헤 칸투, SK 와이번스 루크 스캇, 2007년 KIA 펠릭스 로드리게스, 2008년 KIA 호세 리마, SK 에스테반 얀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재계약에 성공한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스캇의 경우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27홈런을 비롯해 통산 135홈런을 때리고 한국땅을 밟기 직전 시즌에도 91경기나 출전했지만, SK 입단 후 들쭉날쭉한 행보를 보이다 부상이 겹치면서 중도 퇴출됐다. 메이저리그 통산 104홈런을 자랑했던 칸투 역시 잦은 부상으로 기복이 심한데다 찬스에서도 약한 모습을 보여 재계약하지 못했다.
많은 감독들이 "메이저리그 경력이 많은 선수일수록 한국 야구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마이너와 메이저 경계에 있는 젊은 선수들이 의욕을 갖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한다. 메이저리그에 남지 못한 못한 이유는 차치하더라도, 한때 정상급 실력을 보여줬다면 한국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져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