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내셔널리그에서도 투수가 아닌 지명타자가 타석에 들어설까.
메이저리그사무국을 중심으로 지명타자를 내셔널리그까지 확대하자는 주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도 내셔널리그 경기에 지명타자를 내세우자는 주장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21~22일(한국시각), 이틀 동안 메이저리그 구단주들은 미국 플로리다주 코랄게이블에서 회의를 열었다. 주된 안건은 비디오 판독과 논웨이버 트레이드 마감시한 조정. 메이저리그사무국 조 토레 경기담당 이사는 "지명타자 도입에 관해 들은 바는 없다. 어떠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맨프레드 커미셔너와 몇몇 구단주들 간에 그에 관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맨프데드 커미셔너는 이날 회의를 마친 뒤 "내셔널리그 팀들이 지명타자 도입에 대해 과거보다 수용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내셔널리그도 지명타자를 써야한다는 주장은 크게 두 가지 때문이다. 내셔널리그의 공격력이 해가 갈수록 쇠퇴하고, 투수들이 타격을 하면서 자주 부상을 입기 때문이다. 지난 1973년 아메리칸리그가 지명타자를 도입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메이저리그와 선수노조는 올시즌이 끝나면 기존 단체협약(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을 개정해야 한다. 지명타자 도입 문제가 단체협약 협상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선수노조는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많아지고 연봉 수준이 높아진다는 점 때문에 지명타자 확대에 대해 적극적인 찬성 의사를 보이고 있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20년전 내셔널리그 구단주들에게 지명타자 얘기를 꺼내면 이단자로 몰렸었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사람들이 리그를 운영하고 있지 않은가. (지명타자 도입을 해야하는)계기가 있어 왔고, 구단주들도 팬들을 즐겁게 해줄 수만 있다면 경기 규칙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을 해 왔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내셔널리그 구단주들 중 일부는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30년 넘게 필라델피아 필리스 구단을 운영해 온 데이브 몽고메리 회장은 "진정한 야구가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가장 최근 내셔널리그의 지명타자 도입에 관한 투표가 진행된 것은 1980년이었다. 2014년과 지난해 내셔널리그 전체 타율은 2할5푼1리, 2할5푼4리였다. 아메리칸리그에 지명타자제도가 들어서기 1년 전인 1972년 아메리칸리그의 전체 타율은 2할4푼4리였다.
투수들의 부상도 잇달았다. 지난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애덤 웨인라이트는 타격을 하다가 아킬레스건을 다쳤고, 뉴욕 양키스 다나카 마사히로는 번트를 한 뒤 1루로 달려나가다 햄스트링이 파열됐다. 2008년 양키스의 에이스였던 왕첸밍은 인터리그 경기에서 베이스러닝을 하다 발을 다쳐고, 이후 기량을 회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규칙 아래 경기를 하는 것은 확실히 순수성을 담보한다. 하지만 양 리그의 정체성 차이를 드러내는 것은 지명타자다. (지명타자 도입이)다른 편에서는 매우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충분한 논의가 있을 것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만약 올해말 메이저리그 단체협상에서 내셔널리그의 지명타자 도입에 합의가 이뤄질 경우 내년 시즌부터 시행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미일, 프로야구 3국 가운데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리그는 일본의 센트럴리그 밖에 남지 않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