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스토브리그 메이저리그에서는 불펜 강화가 유행이었다. 대표적인 '스몰 마켓'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막강한 불펜을 앞세워 월드시리즈를 제패했기 때문이다. 뉴욕 양키스는 170㎞ 강속구를 뿌리는 아롤디스 채프먼을 영입했다. 오랜 라이벌이자 '앙숙' 보스턴 레드삭스는 크레이그 킴브렐을 품었다. 여기에 내셔널리그 최강 마운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한일 구원왕 출신 오승환과 계약하며 뒷문을 강화했다. 기존 캔자스시티에 양키스, 보스턴, 세인트루이스까지. 메이저리그 역사상 이처럼 강한 불펜이 무더기로 완성된 건 드물다.
국내 사정을 어떨까. 역시 각 구단이 앞다퉈 불펜 강화에 열을 올렸다. 오프 시즌 정우람(한화), 손승락(롯데) 등 FA를 놓고 '쩐의 전쟁'이 벌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도 수준급 투수를 데려오기 위한 일부 구단의 트레이드 작업이 한창이다. 스프링캠프에서는 선발/불펜 보직 전환을 고려하는 사령탑이 꽤 된다. 그렇다면 과연 올 시즌 최고의 불펜 팀은 어디일까. 스포츠조선이 각 구단 롱릴리프, 원포인트, 셋업맨, 마무리를 예상해보며 순위를 매겼다.
▲지갑 연 롯데-한화, 1~2위
투자에 따른 기대감은 높다. '큰 손'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가 최고의 불펜 1,2위 팀으로 선정됐다.
롯데는 작년까지 마무리 경험이 있는 투수만 4명이다. 손승락과 윤길현, 정대현과 이성민. 일단은 손승락이 클로저로 유력하다. 통산 3차례 구원왕에 오른만큼 남다른 배짱을 지녔다는 평이다. 조원우 신임 감독도 FA 계약 당시 "손승락을 마무리로 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대현, 윤길현, 이성민이 경기 중반을 책임진다. 사이드암 홍성민은 롱릴리프로 기용될 예정, 왼손 불펜은 강영식, 이명우다. 롯데는 지난 시즌 세이브가 고작 19개, 블론세이브는 18개나 됐지만, 단숨에 불펜 자원이 가장 풍족한 팀으로 변신했다.
2위는 한화다. 정우람에게 쏟아 부은 '84억원'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우람 외에도 권 혁, 박정진이 일본 고치에서 본격적인 시즌 담금질에 한 창이다. 둘은 지난해 다소 많은 공을 던졌지만 "몸 상태에는 문제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정규시즌 뒤 푹 쉬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이들 '왼손 삼총사'와 불펜을 지킬 선수는 송창식, 심수창, 임준섭, 정대훈, 윤규진 등이다. 변수는 어깨 수술을 받은 윤규진의 구위. 140㎞ 중반대의 직구만 뿌린다면 포크볼, 슬라이더를 살려 마무리까지도 가능하다.
▲3~5위 NC-두산-삼성 순
지난해 불펜 평균자책점 1위(4.50)에 오른 NC 다이노스가 3위다. 롱릴리프 최금강, 왼손 임정호, 언더핸드 김선규에다 셋업맨 김진성, 마무리는 임창민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들 모두 검증을 마쳤다고 보기 힘들다. 지난해 '반짝' 했다는 시선이 적지않다. 그럼에도 NC보다 나은 팀은 롯데, 한화 정도다. NC는 대장암을 이겨낸 원종현이 100%의 구위로 돌아온다면 더 강해진다.
4위는 두산, 5위는 삼성이다. 다만 두 팀 모두 물음표가 가득해 불펜진 면면을 예상하기 어렵다. 두산은 현재 마무리 이현승 앞에 등판할 셋업맨이 미정이다. 150㎞ 초반대의 강속구를 보유한 김강률이 있지만 개막 엔트리 등록 여부는 예단하기 힘들다. 또 어깨가 불편한 윤명준, 시즌 뒤 팔꿈치 수술을 받은 오현택의 몸 상태도 지켜봐야 한다. 5선발 자리를 놓고는 노경은, 진야곱, 허준혁, 이현호가 경쟁 중인데, 누가 불펜에서 시즌을 맞이할지 안갯속이다.
삼성은 셋업맨과 소방수 모두 정해지지 않았다. 류중일 감독은 괌으로 출국 전 "2차 캠프 실전을 치르면서 안지만과 차우찬 중 누굴 마무리로 기용할지 결정하겠다"고 했다. 나머지 불펜 자원은 심창민, 박근홍, 백정현, 권오준. 오른손 정인욱이 예전 차우찬처럼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전천 후 활약을 할 수도 있다.
이 밖에 박정배, 채병용, 김승회, 전유수, 박희수가 꾸리는 SK 와이번스 불펜도 중위권으로 볼 수 있다. 넥센 히어로즈는 김택형, 김대우, 오재영, 하영민에다 셋업맨 이보근, 마무리 김세현으로 보직이 확정됐지만 실전 구위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반면 KIA는 홍건희 유창식 김병현 임기준 김광수 최영필, 한승혁 심동섭 등 후보만 있을 뿐 '보장된 자리'가 없다. LG 트윈스와 kt 위즈는 각각 봉중근, 장시환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숙제가 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