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는 변화무쌍하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전술의 경연장이다. 11명의 위치, 방향에 따라 승부는 한순간에 갈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전술적 포인트를 어떻게 짚느냐에 따라 명암은 더욱 깊어진다.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리그와 달리 단판승부로 희비가 갈리는 토너먼트라면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공격축구를 전면에 내건 신태용호의 핵심은 '척추'다. 황희찬(20·잘츠부르크)을 시작으로 권창훈(22·수원 삼성) 박용우(23·FC서울) 연제민(23·수원 삼성)으로 이어지는 신태용호의 허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겸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출전국 중 최강으로 꼽힌다.
'원톱' 황희찬의 화두는 역시 '골'이다. 조별리그 3경기 동안 '주연' 대신 '조연'을 택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1차전에서는 문창진(23·포항), 예멘과의 2차전에선 권창훈의 도우미로 나섰다. 상대 수비수들을 달고 다니며 동료들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움직임은 신태용호의 조별리그 무패 자양분이었다. 하지만 호쾌한 슈팅에 이은 득점이라는 그만의 마무리 공식을 보지 못한 것은 2% 아쉬움으로 남는다. 진검승부가 시작될 8강부터는 득점이라는 결과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그래야 2선 공격진의 부담감도 덜 수 있다.
섀도 스트라이커 역할을 담당할 권창훈에겐 '영리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멘전에서 해트트릭을 쏘아 올리면서 컨디션이 완벽히 돌아왔음을 입증했다. 본인 스스로 "시간이 갈수록 몸상태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넓은 시야와 패스, 활동량, 2선 침투 및 마무리 능력까지 갖춘 권창훈은 황희찬과의 역할분담뿐만 아니라 측면 오버래핑으로 활로를 틀 동료의 움직임도 감안해야 한다. 황희찬 못지 않은 견제를 당할 것이 유력한 상황에서 냉철한 경기 운영이 더욱 요구된다.
'FC서울의 미래'에서 '신태용호의 중추'로 자리매김한 박용우는 '연결고리'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황희찬과 권창훈이 주도할 공격에서 든든한 3선을 구축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격 후 수비 전환시 빠른 전환으로 상대 예봉을 차단해야 한다. 폭넓은 활동량을 비롯해 넓은 시야, 적극성 등 다방면의 능력이 요구되는 험난한 자리다. 이라크전을 건너뛰면서 비축된 체력에 기대를 걸 만하다.
신태용호의 중앙수비를 책임지는 '캡틴' 연제민(23·수원)에겐 '안정감'이 최우선이다. 팀 전체 분위기를 추스르는 것뿐만 아니라 그라운드에서 포백라인의 리더로 안정적인 볼처리와 라인 관리가 필수다. 지난 이라크전에서 후반 종료 직전 실점하면서 승리 기회를 놓친 점은 반면교사가 되기에 충분했다. 연제민은 "대회에선 한 골만 실점해도 수비라인이 불안해 보일 수 있다"면서도 "우린 오랜기간 발을 맞춰왔다. 남은 경기에서 실점하지 않고 잘 할 수 있다"고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이제 매 경기가 결승전이다. '리우로 가는 길'의 마지막 직선주로에 선 4총사는 신태용호를 환희로 이끌 수 있을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