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특급? 이래서 K리그에 통하겠나….'
인천 유나이티드가 야심차게 내민 동남아 마케팅 전략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베트남에서 차세대 특급으로 촉망받는다는 르엉 쑤언 쯔엉(21)을 영입했지만 제대로 뛸 수 있을지 의구심을 유발하는 조짐이 속속 나타났기 때문이다.
인천은 최근 베트남 프로리그 호앙안자라이(HAGL)의 쯔엉을 2년 임대로 영입, 피아퐁(태국) 이후 30년 만에 동남아 K리거를 탄생시켜 화제를 모았다.
만성 재정난에 시달리는 인천은 쯔엉 마케팅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 쯔엉 입단식에서 정의석 인천 단장은 "쯔엉 영입이 한국과 베트남 문화 교류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확신한다. 인천에는 4만명 이상, 한국에는 10만명 이상의 베트남인이 살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쯔엉의 베트남 현지 상품성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쯔엉은 베트남 20세이하(U-20) 대표팀 주장이었다. 축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인 베트남에서는 20세이하 대표팀이 성인대표팀보다 인기가 높다. 베트남은 2007년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유소년 아카데미에 집중하며 제2의 메시를 육성해왔다. 이를 통해 배출한 스타가 쯔엉이다. 쯔엉은 10대 시절부터 잉글랜드와 독일에서 유학을 하며 선진 축구를 경험했다.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친 쯔엉은 최근 23세이하 올림픽대표팀에 승선했다. 이 때문에 쯔엉은 베트남에서 성인대표팀 이상의 인기를 누리는 국민적인 스타라는 게 당시 인천 구단의 자랑이었다.
하지만 마케팅용 선수라 해도 그라운드에서 얼굴을 보여야 관심을 끌고 손님이 몰린다. 그렇다고 기량이 안되는 선수를 마케팅 논리에 밀려 출전시켰다가는 팀은 성적을 잃고, 분위기가 망가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쯔엉은 의문 부호를 보여줬다. 평가무대가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겸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이었다.
쯔엉은 인천의 동계 전지훈련 합류를 미루고 베트남올림픽대표팀에 발탁됐다. D조에서 요르단,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호주와 경쟁한 베트남은 중국(A조), 예멘(C조)과 함께 3전 전패의 약체였다. 쯔엉은 에이스도 아니었고, 그저 그런 선수였다. 조별리그에서 2경기 167분을 뛰었다. 요르단(1대3 패)과의 1차전에 90분 풀타임 출전했고, 호주와의 2차전(0대2 패)은 제외됐다가 UAE와의 최종전(2대3 패)서 77분을 뛰었다.
설상가상으로 21일 새벽 UAE전에서 퇴장당하며 패배 빌미를 제공했다. 후반 32분 UAE의 코너킥. 문전에서 UAE 수비수 아랄라위가 오른발 슈팅을 하자 골문 앞에 있던 쯔엉이 두손을 사용해 막았다. 주심은 곧바로 즉각 레드카드를 빼들었고, UAE에겐 결승골 페널티킥이 됐다. 1-1 동점 자책골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투혼을 보였던 베트남에 찬물을 끼얹는 장면이었다. 쯔엉은 지난해에도 베트남리그 HAGL에서 18경기에 출전해 1골을 기록했다.
한국의 올림픽대표팀 선수도 K리그에서 주전 기회를 얻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이다. 베트남과 한국 축구의 수준차는 엄연히 존재한다. 인천이 K리그 시민구단이지만 지난해 FA컵 준우승 등 돌풍을 볼 때 쯔엉이 내부 경쟁에서 살아남을지 미지수다. 제 아무리 베트남 특급이라 해도 이런 수준이면 인천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마케팅도 품질이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통한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