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형, 김선형!"
프로농구 선수들은 경기 전이나 하프타임 때 코트에 나와 슈팅 연습을 한다. 이 때는 체육관이 조용해 관중석에서 선수들을 부르는 소리가 다 들린다. 그래도 선수들은 크게 아는 체 하지 않는다. 연습에 집중하기 위해.
서울 SK 나이츠와 원주 동부 프로미의 경기가 열린 21일 잠실학생체육관. 하프타임 때 SK 김선형이 가장 먼저 나와 슈팅 연습을 시작했다. 그러자 그 골대 뒷편에 모여있던 팬들이 김선형의 이름을 계속해서 크게 외쳤다. 그러자 김선형은 쑥쓰러운 듯 웃으며 손을 들어 답례를 했다. 그래도 이름 연호는 멈추지 않았고 김선형은 다시 한 번 밝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김선형에게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중요한 손님이었나보다. 이 팬들은 김선형이 봉사활동을 이어온 장애인보호시설 양지바른 원생들과 지도교사들이었다. 이날 경기 전 김선형은 양지바른에 컴퓨터 2대를 선물했다. 지난 10일 열린 올스타전에서 MVP가 됐고, 그 때 받은 상금 300만원을 전액 투자했다. 선물 전달식을 하는 기념으로 100여명의 원생들과 관계자들을 초대했다. 그들은 김선형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와 머리띠를 만들어와 열심히 응원했다. 시즌 전 터진 불법 도박 악재. 이를 무마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사라고 의심할 수 도 있다. 하지만 SK 구단과 관계 없는 한 농구 관계자는 "전에도 김선형이 원생들을 경기장에 초청했었다. 경기 후 장애 학생들이 김선형을 붙잡고 너무 좋아하더라. 힘들고 정신없는 상황인데도 김선형이 그 친구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모습을 보고 진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믿었다"고 했다. 김선형도 올스타전 MVP 수상 후 공식 인터뷰장에서 "나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항상 그 친구들이 생각난다"며 선행을 암시하기도 했었다.
컴퓨터 선물도 중요했지만 승리 선물도 중요했다. 그리고 김선형은 최고의 선물을 했다. 김선형은 이날 경기 19득점 4리바운드 9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하며 팀의 83대73 승리를 이끌었다. 3쿼터 종료 직전 가로채기에 이은 속공 덩크로 스코어를 60-48로 벌리며 승기를 가져왔다. 4쿼터 상대가 57-60 턱밑까지 추격한 상황에서는 바스켓카운트 득점과 가로채기에 이은 2번째 속공 덩크로 상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경기 종료 2분 전 나온 돌파에 이은 화려한 원핸드 덩크는 승리에 쐐기를 박았고, 이날 경기장을 찾은 자신의 새 식구들을 기쁘게 했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김선형이지만, 이날 경기는 더욱 이를 악물고 뛰는 듯 했다.
SK는 이날 승리로 동부전 4연패 늪에서 탈출했다. 2연승. 반면, 동부는 김주성-윤호영 부재 악몽에 4연패를 기록했다. SK 새 외국인 선수 드웨인 미첼은 고비 때 나온 3점 2방 포함, 12득점하며 신고식을 화끈하게 했다.
잠실학생=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