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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태균, "이 멤버들과 함께 꼭 우승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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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멤버가 좋을 때 꼭 우승해야죠."

21일 오전에 찾은 서산 한화 전용훈련장은 하얀 눈으로 덮혀 있었다. 진입로는 치워져 있었지만, 그라운드는 온통 백색의 대지였다. 영하의 찬바람까지 매섭게 몰아치는 가운데 한화 이글스 선수들의 훈련 열기는 뜨거웠다. 그 가운데 얼굴이 온통 새까맣게 그을린 간판스타 김태균이 서 있다. 2001년 한화에 1차지명으로 입단해 팀의 간판 역할을 해 온 '한화의 얼굴'이다. 비록 몸상태가 완전치 않아 고치 캠프가 아닌 서산 훈련장에 남았지만, 김태균은 올시즌에 대한 희망찬 각오를 품고 있었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 선수단은 지난 15일에 일본 고치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하지만 김태균을 비롯해 정우람과 이용규 조인성 김경언 등 간판 선수 일부는 고치 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이들에게 서산 훈련장에 남아 조금 더 몸상태를 끌어올린 뒤 캠프에 합류할 것을 지시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해

그렇다면 김태균은 어떤 식으로 훈련을 하고 있을까. 그는 이날 오전 훈련 후 인터뷰에서 "실내훈련장에서 캠프에서 하는 훈련량을 다 소화 중"이라면서 "장소에 큰 상관은 없다. 다만 스프링캠프 현지에서 동료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점이 조금 아쉽긴 하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훈련량은 잘 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단은 고치 훈련량을 다 소화할 수 있는 몸을 먼저 만드는 중이다. 배팅이나 수비는 원래 캠프때만큼 해놨고, 러닝이 아직 부족하다"고 밝힌 뒤 "고치 캠프 합류는 감독님이 결정하시니까 나는 시기를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여기서 최대한 몸을 잘 만들어 부상없이 한시즌을 치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간단히 훈련 결과와 시즌 각오를 밝힌 김태균은 이내 속내를 드러냈다. 외부 영입 등으로 전력이 막강해진 올해야말로 '우승'에 진심을 다해 도전하고, 또 그 목표를 챙취하겠다는 것. 김태균은 "이전에도 처음에는 늘 '우승이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정우람을 비롯한 베테랑 투수 등 좋은 멤버들이 들어왔기 때문에 기존 선수들과 같이 하나가 되면 분명 우승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좋은 전력일 때 우승해야하만 한다"고 말했다.

김태균이 이렇게 '한국시리즈 우승'에 관한 강력한 열망을 드러낸 건 두 가지 이유 때문. 우선 현시점에서의 한화 전력이 최근 수 년내에 '최강'으로 부를만해서다. 김태균은 "좋은 선수들이 많이 왔다. 내가 처음 일본에서 돌아왔던 2012시즌과 비교해보면 엄청나게 강해졌다"고 했다.

두 번째는 10년전의 아쉬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김인식 감독이 이끌던 한화는 정규시즌을 3위로 마쳤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승승장구하며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그러나 선동열 감독이 지휘하던 삼성 라이온즈에 덜미가 잡히며 우승에 실패했다. 이후 한화는 9년간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이 기억을 떠올린 김태균은 "확실히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한화에 들어와서 아직까지 한 번도 우승을 못해봤는데, 그래서 2006년이 더욱 아쉽다. 좋은 선수들이 모이는 시기가 많지 않으니까 이 멤버와 함께 꼭 우승하고 싶다. 다른 선수들도 다들 그런 말을 한다"고 우승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나만 잘하면 됩니다

지난해 1월 고치 스프링캠프에서 김태균은 2015시즌 목표를 명확히 세웠다. '3할-30홈런-100타점' 그러나 2015시즌 햄스트링 및 허리부상으로 인해 타율 3할1푼6리-21홈런-104타점에 그쳤다. 평범한 선수라면 이 정도 기록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김태균이기에' 이 성적은 아쉽다. 스스로도 인정하는 부분. 김태균은 "홈런도 30개를 못쳤지만, 타율이 전년보다 5푼이나 떨어졌다"며 2015시즌에 대한 반성을 했다.

김태균이 2015시즌에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부상과 체력 저하였다. 김태균은 "부상으로 인해 페이스가 떨어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다"면서 "그러다보니 시즌 후반 집중력도 함께 떨어졌다.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힘이 없었다"고 2015시즌을 돌아봤다.

결국 다치지 않고, 강한 체력을 끝까지 유지해서 팀의 우승에 보탬이 되겠다는 게 김태균의 목표다. 김태균은 "정말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굳이 3할-30홈런-100타점의 목표를 말하는 것보다는 팀이 올해 작년보다 더 나아가 한국시리즈까지 나가보고 싶다. 오랜만에 가을야구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김태균의 마음속에서는 '나'보다 '팀'이 더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는 주장을 동기인 정근우에게 내준 것과도 관련있다. 지난해 팀의 주장을 맡았던 김태균은 시즌 종료 후 김성근 감독에게 새 주장으로 동갑내기 절친인 정근우를 적극 추천했다. 그 덕분에 정근우가 2016시즌 주장으로 팀을 이끌게 됐다.

이에 대해 김태균은 "어떤 고참이든 책임감을 갖고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을 다 한다. 그러나 스타일은 각자 다르다. 나는 뒤에서 밀어주는 스타일이지 앞에서 끌어당기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대신 정근우가 앞에서 끌어주고, 나는 뒤에서 밀어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활발한 성격의 정근우가 주장으로서 분위기를 만들고, 김태균은 묵직한 리더십으로 정근우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는 구도는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서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