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누가 주인공일까.
KBS2 수목극 '장사의 신- 객주 2015(이하 객주)'가 기상천외한 행보로 시청자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객주'는 당초 폐문한 천가객주의 후계자 천봉삼(장혁)이 갖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조선 최고 상인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그러나 현재까지의 흐름을 놓고 봐서는 천봉삼 아닌 무녀 매월(김민정)이 키를 쥐고 있는 모양새다. 모든 이야기의 흐름은 매월의 기분 상태에 따라 달라지고 있고 등장인물들은 그의 손에 놀아날 뿐이다.
천봉삼이 장사에 개입되는 장면은 이제까지 극히 드물었다. 장사 좀 할만 하면 매월과 길소개의 연합작전에 가로막히는 식이었다. 덕장을 세우면 덕장을 불태우고 돈을 만지려 하면 신석주를 이용해 가로막는 등 질투의 화신이 된 매월과 그 졸개로 전락한 길소개의 방해 공작은 집요했다. 20일 방송에서도 그나마 원산포 개항에 따라 흔들리는 조선 상권을 걱정하며 일어나는 모습이 그려지긴 했지만 그다지 기대를 모으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욱이 매월의 후폭풍도 심하게 불었다. 매월은 길소개(유오성)에게 사주해 조서린(한채아)을 죽였다. 조서린의 죽음 이후 천봉삼은 폐인과 다름없이 무너졌고 매월은 그의 옆에서 끼니를 챙겨주며 안주인 노릇을 했다. 그러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천봉삼은 끊임없이 조서린을 죽인 범인을 파헤치려 했고, 조서린의 몸종 월이(문가영)와 신석주(이덕화)는 아예 매월이 살인 배후일 것이라 의심했다. 하지만 신석주도 심경의 변화를 겪었다. 조서린의 죽음 이후 자신의 전재산을 천봉삼과 조서린의 아들 유수에게 물려주기로 결심했던 것. 이래저래 매월이 길소개를 시켜 악행을 저지르면 그 주변인들이 후폭풍을 겪고 심적 고통을 이겨내거나 좌절하는 식의 그림이다.
이쯤되면 누가 주인공인지도 헷갈릴 지경이다. 당초 '객주'는 대의를 쫓는 천봉삼과 복수에 눈이 먼 속물 길소개의 대결이 펼쳐질 것이라 예상됐던 작품이다. 결국 정도를 걸은 천봉삼이 승리하면서 상도의 중요성을 각인시킬 것이라 기대됐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질투의 화신이 된 매월이 판을 조종하고 길소개는 그의 졸개가 된 모양새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천봉삼은 복수의 칼날을 어디에 겨눠야 할지도 모른채 이리저리 동분서주 하고 있는 상태다. 과연 이래서야 '사랑과 전쟁' 외에 어떤 결말이 나올지도 미지수다.
시청자들 역시 '매월 이야기가 더 궁금한 이유는 뭔가', '사실 따지고 보면 장혁과 한채아는 불륜 아닌가', '등장인물들이 점점 산으로 가는 듯', '이 배우들을 이렇게 쓰다니…'라는 등 쓴소리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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