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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외인 日 부진→트리플A 펄펄→KBO리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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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가 마침내 외국인 선수 구성을 마쳤다. 투수는 6년째 한국 무대를 밟게 된 더스틴 니퍼트(35)와 마이클 보우덴(30), 타자는 우투우타 닉 에반스(30)다.

관심은 역시 새 외인에게 쏠린다. 최근 몇 년간 새 얼굴들이 잇따라 적응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니퍼트는 5년 동안 몇 번이나 짝꿍을 바꿨는지 모른다. 야수 쪽은 잭 루츠, 데이빈슨 로메로 등이 잔혹사를 썼다. 지난 시즌 뒤 프랜차이즈 스타 김현수가 볼티모어 오리올스 유니폼을 입은 두산. 이번에 영입한 보우덴, 에반스의 활약이 절실하다.

그런데 보우덴과 에반스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나란히 2014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고, 또 아시아 야구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것이다. 2005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 보우덴은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9월말 방출됐다. 150㎞의 직구에다 슬라이더, 스플리터를 던져 크게 주목 받았지만, 36경기(선발 1경기)에서 2승1패5홀드 4.5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당시 그의 1군 마지막 등판은 8월6일. 이후 1군에서 자취를 감춘 뒤 9월20일 웨이버 공시됐다.

보우덴은 기본적으로 공격적인 피칭을 하는 투수다. "타자를 공짜로 1루에 보내는 것이 가장 싫다"고 말할 만큼 볼넷에 비해 삼진이 월등히 많다. 실제 메이저리그에서 133⅔이닝을 던지면서 솎아낸 삼진이 100개, 볼넷은 54개였다. 마이너리그에서도 864⅔이닝을 소화하며 삼진 777개에 볼넷 259개였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40이닝 동안 30탈삼진, 24볼넷이었다. 일본 타자들의 노련한 커트 기술에 당했다.

에반스는 겉으로 드러난 일본 성적이 보우덴보다 안 좋다. 2014년 7월30일 라쿠텐 이글스와 계약한 뒤 5경기에서 18타수 2안타 타율 1할1푼1리에 그쳤다. 워낙 표본이 작다 해도 볼넷 하나 없이 삼진만 7개다. 특히 7개 모두 2014시즌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 지바 롯데(4.14) 투수들에게 당했다. 결국 구단은 더 이상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퍼시픽리그 최하위가 유력한 가운데, 에반스를 2군으로 보냈다.

그러나 2015년 미국으로 돌아간 둘은 약속이나 한 듯 부활했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커리어하이 기록을 만들어 냈다. 먼저 보우덴. 32경기(선발 17경기)에 등판해 11승5패, 평균자책점이 2.63이다. 11승은 트리플A 한 시즌 개인 최다 승수. 123⅔이닝 동안 99탈삼진, 31볼넷으로 잃어버린 장점도 되찾았다. 에반스 역시 애리조나 산하 리노 에이시스 소속으로 139경기 타율 3할1리 17홈런 94타점을 기록했다. 94타점은 퍼시픽 코스트 리그 전체 4위에 해당하는 수치. 개인적으로도 트리플A에서 가장 많이 수확한 타점이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선수, 그러나 마이너리그에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둘을 어떻게 봐야 할까. 역시 중요한 건 적응력이라는 지적이다. KBO리그 만의 스트라이크 존, 음식과 문화, 라커룸 분위기에 적응할 시간을 보장해줘야 한다. 에반스의 경우 라쿠텐에서 뛴 게임이 고작 5경기다. 구단은 시즌 중반 영입한 선수를 너무 가혹하게 다뤘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2015시즌 초반 오릭스 타선이 부진할 때 현지 언론이 새로운 4번 타자 후보로 언급한 선수가 에반스라는 사실. 그만큼 기량 자체는 인정 받았고, 라쿠텐 시절 성적은 큰 의미 없다는 게 중론이었다. 두산도 마찬가지다. 일본 성적은 배제한 채 에반스의 트리플A 성적, 또 외야 양쪽 코너와 1루 수비를 볼 수 있는 멀티 능력에 배팅했다.

보우덴은 세이부와 80만 달러에 계약할 당시만 해도 클로저 0순위였다. 하지만 시즌 초반 삼진이 많았고 이후 볼넷 개수가 급격히 늘었다. 그럼에도 1년 뒤 트리플A에서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달라졌다. 두산이 그의 구위에 매력을 느낀 건 당연했다. 두산 관계자는 "일본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돼 있더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겪은 시련을 통해 한 단계 발전했다고 판단한 것. 보우덴 역시 "처음 일본 타자들이 계속 공을 커트해내 당황스러웠다. 또한 불리한 카운트에 몰려서도 파울을 이끌어 내더라"면서 "야구인생에 큰 공부가 됐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