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가 절대 에이스의 힘으로 오리온을 눌렀다.
KCC는 20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오리온을 88대70으로 완파했다.
중요한 1승이었다. 2위 오리온을 잡아냈다. 4강 플레이오프 직행 마지노선인 2위 오리온과의 승차를 3게임으로 줄였다. 25승18패로 KGC와 공동 3위. 오리온(26승15패)은 선두 모비스와 1.5게임 차가 됐다.
안드레 에밋(26득점, 8리바운드, 4어시스트)은 경기 흐름을 정확히 읽고 있었다. 전반 11득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자신의 득점보다는 팀동료들을 활용하는 패스의 비율이 더 높았다.
하지만 3쿼터 승부처에서 단숨에 8득점에 관여, 순식간에 승패를 결정지었다. 전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1쿼터=미스 매치 vs 역 미스매치
흥미로운 매치업. KCC는 하승진이 있다. 오리온은 정통센터가 장재석 외에는 없다. 당연히 골밑에서 미스매치가 난다. 하지만, 오리온은 풍부한 포워드진이 있다. 반면 KCC의 포워드진은 풍부한 편이 아니다. 김동욱 이승현, 제스퍼 존슨의 포지션에서 거꾸로 미스매치가 생긴다.
이런 포지션의 유리함을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중요했다. 오리온이 기선을 제압했다. 제스퍼 존슨이 3점슛 2개, 이승현이 1개를 터뜨렸다. 활동폭이 좁은 하승진의 약점을 이용한 정석적인 픽 & 팝이었다. KCC는 안드레 에밋의 1대1 돌파에 의한 하승진의 골밑슛이 위력을 떨쳤다. 알고도 막지 못하는 공격루트. 에밋이 화려한 테크닉으로 돌파한 뒤, 수비수가 쏠리면 골밑의 하승진에게 연결하는 심플한 방식.
결국 양팀의 힘대결은 1쿼터 내내 팽팽하게 이어졌다. 오리온이 20-17로 앞섰지만, 기선을 제압했다고 볼 수 없었다. 오리온 입장에서 1쿼터 9.9초를 남기고 조 잭슨에게 지적한 공격자 파울은 아쉬웠다. 이전 상황에서 신명호에게 스틸을 당한 잭슨은 치고 들어가면서 신명호를 견제하기 위해 공간을 점령했다. 이때 신명호는 밀착마크하면서 충돌이 일어났다. 신명호는 넘어졌고, 잭슨의 공격자 파울. 공간을 선점한 잭슨의 반칙을 불기는 무리였던 상황. 그냥 놔 두면 되는 부분이었다. 아직도 '유리농구'의 잔재가 계속 남아있는 휘슬.
●2쿼터=송교창의 잠재력
2쿼터 허버트 힐이 들어왔다. KCC는 하승진과 더블 포스트를 세웠다. 기동력에 약점이 있지만, 오리온의 약점인 골밑을 더욱 두드리겠다는 의도. 연속 8득점으로 기세를 올렸다.
오리온은 만만치 않았다. 공격에서 외곽에 무수한 찬스가 났다. 힐과 하승진이 있었기 때문에 외곽은 수비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상황. 존슨이 2개의 3점포를 꽂아넣으며 꾸준히 추격했다.
2쿼터 4분18초를 남기고 33-30, KCC의 3점 차 리드. 이때 1차 분수령이 생겼다. 균열을 일으킨 선수는 고졸 출신 송교창. 1m99의 장신 포워드인 그는 스피드를 갖추고 있다. 센스도 훌륭했다. 어린 나이에 맞지 않게 팀 흐름에 맞춰가면서 자신의 역할을 했다. 이미 한 차례 스틸을 한 뒤 김태술에게 속공 패스를 연결했던 송교창은 2분40초를 남기고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뒤 2점슛을 넣은 송교창은 아웃렛 패스를 외곽슛으로 연결하며 KCC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오리온 입장에서는 계산 밖의 선수가 맹활약을 펼치자, 당황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리온은 최근 스페이싱 게임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팀이다. 침착했다. 곧바로 패싱 게임으로 외곽 오픈 찬스, 문태종의 3점포가 터졌다. 결국 39-37, 2점 차 KCC의 리드. 치열한 접전을 예고하는 스코어였다.
●3쿼터=움직이기 시작한 절대 에이스
송교창은 여전히 좋았다. 적극적 골밑 돌파로 이승현의 파울을 유도, 자유투 2득점에 성공했다. 1분 뒤에는 골밑 돌파 후 절묘한 패스를 연결, 허버트 힐의 골밑슛을 연결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오리온은 조 잭슨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골밑에 공간이 나지 않자, 혼자 무리한 공격을 계속 했다. 결국 다시 점수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51-46, 6점 차 리드를 잡은 KCC. 이때부터 에밋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슬램덩크에서 서태웅이 전반, 스테미너를 조절한 다음 후반에 폭발적인 득점으로 경기를 지배한 움직임을 연상시켰다. 에밋은 전반전 11점을 넣었다. 하지만, 자신의 득점보다는 패스연결로 쉽게 쉽게 플레이를 했다.
3쿼터 4분45초를 남기고 에밋은 김태술에게 오픈 3점 찬스를 만드는 패스를 했다. 그리고 수비가 떨어지자 3점슛을 터뜨렸다. 곧바로 골밑을 돌파, 자유투 2득점. 무려 8득점이 에밋의 손에서 나왔다. 순식간에 59-46, 13점 차로 벌어졌다.
반면, 오리온은 잭슨이 전태풍과 신경전을 펼치다 더블 테크니컬 파울, 5반칙 퇴장으로 물러났다. 전태풍은 4반칙. 막판, 다시 에밋이 번뜩였다. 돌파로 인한 파울 자유투 2득점. 3쿼터 1초를 남기고 골밑 돌파 후 플로터를 성공시키며 오리온의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69-55, 14점 차의 리드. 마치, 힘을 모으고 있다가 승부처에서 폭발적인 힘을 과시한 절대 에이스의 움직임이었다.
●4쿼터=하승진의 수비의지
3쿼터까지 기록지를 잠깐 보자. 이승현은 6득점. 3점슛 5개를 시도, 단 1개만을 넣었다. 오픈 찬스가 번번이 무산됐다. 이승현의 3점포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했다.
경기 전 추승균 KCC 감독은 "모든 팀들이 하승진의 좁은 수비폭을 이용한 공격을 한다. 거기에 대해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하승진은 림을 지키는 세로 수비 능력은 준수하지만, 활동폭이 좋아야 하는 가로 수비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오리온 입장에서는 하승진과 매치업을 이루는 이승현의 스트레치 공격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승현의 3점포는 번번이 림을 외면했다. KCC가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여기에 칭찬해 줄 부분은 하승진의 수비 의지다. 가로 수비가 약한 하승진의 약점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승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수비 폭을 보여줬다. 미세한 차이였지만, 오리온 입장에서는 득점 확률이 떨어지면서, 터프 슛을 날려야 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오리온은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게다가 무더기 실책이 나왔다. 오리온 입장에서는 도저히 추격할 수 없는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