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전통적으로 개인 타이틀에서 강세를 나타낸 팀이다. 2000년 이후만 보더라도 투타에 걸쳐 타이틀을 차지한 롯데 선수로 이대호를 비롯해 손아섭, 가르시아, 전준우, 호세, 손민한, 조정훈, 박석진, 애킨스, 임경완 등이 있었다. 특히 이대호는 2010년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에 오르며 그해 정규시즌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롯데에서 개인 타이틀을 차지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2013년 손아섭이 172안타로 이 부문 1위에 오른 것이 롯데의 마지막 개인 영광이었다. 타이틀 홀더가 많을수록 팀성적도 좋기 마련인데, 롯데는 2013년부터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개인타이틀 한 두개 정도는 노려봄직한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손승락과 윤길현을 데려오면서 팀의 최대 약점이었던 불펜을 보강했기 때문이다. 우선 투수 부문에서는 외국인 선수 조쉬 린드블럼이 다승 경쟁에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린드블럼은 지난해 32경기에서 13승11패, 평균자책점 3.56을 올리며 에이스 역할을 했다. 특히 210이닝을 던져 투구이닝 1위에 오르며 최고의 이닝이터로 활약했다.
승수가 아쉬웠던 것은 타선과 불펜의 지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23번의 퀄리티스타트는 NC 다이노스 에릭 해커에 이어 2위. 해커가 19승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린드블럼은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롯데는 지난해와 비교해 타선의 위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불펜진이 보강됐기 때문에 린드블럼으로서는 승수쌓기가 지난해보다는 수월할 것으로 기대된다. 리드 상황에서 강판한 뒤 손승락 정대현 윤길현 강영식 등 풍성해진 불펜진의 호투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상없이 로테이션을 지킨다면 다승 경쟁서 이름을 내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평균자책점과 승률, 탈삼진 부문도 같은 방향으로 전망할 수 있다.
마무리 손승락은 세이브 부문서 유력한 경쟁 후보. 넥센 히어로즈 시절인 2013~2014년 각각 46세이브, 32세이브로 이 부문 타이틀을 차지한 경력이 있다. 지난해에는 부상 등의 여파로 23세이브에 그쳤지만 몸상태만 괜찮다면 세이브 경쟁을 주도할 수 있는 기량을 갖추고 있다. 다만 린드블럼과 마찬가지로 동료들이 세이브 상황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주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타자 부문서는 역시 손아섭의 부활이 기대된다. 2012~2013년 연속 최다안타왕에 오른 손아섭은 지난해 타율 3할1푼7리, 141안타를 치는데 그쳤다. 부상으로 28경기나 결장하는 바람에 안타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손아섭과 함께 주목받는 타자는 짐 아두치다. 지난해 132경기에서 타율 3할1푼4리에 165안타를 날렸다. 144경기에 모두 출전했다면 최다안타 경쟁을 벌일만한 페이스였다. 손아섭은 톱타자, 아두치는 3번타자 후보다. 두 선수 모두 부상없이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홈런, 타점 부문서는 최준석과 포수 강민호가 다시 힘을 낼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지난해 홈런과 타격을 휩쓸었던 박병호와 야마이코 나바로가 떠나면서 NC 에릭 테임즈의 독주가 예상되는 가운데 롯데 거포들에게도 기회가 올지 주목된다. 출루율과 장타율은 타격, 최다안타, 홈런 부문과 연관지어 전망할 수 있다.
그러나 도루 부문서는 타이틀을 기대할 수 있는 롯데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해 팀내 최다도루는 아두치의 24개였고, 2013년 36도루를 올린 손아섭이 올해 기동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는 알 수 없다. 롯데에서 도루왕을 차지한 선수는 1993년과 1995년의 전준호가 유일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