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설원 위 펼쳐진 달달했던 '러브스토리'가 유아인의 눈물 하나로 '새드무비'가 됐다. 유아인의 극세사 감정 연기에 신세경도 울고, 시청자도 울었다.
지난 18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김영현·박상연 극본, 신경수 연출) 31회에서 이방원(유아인)은 잠든 괴물을 꺼내기 전 마지막으로 분이(신세경)와 애틋한 추억을 쌓는 모습이 펼쳐졌다.
정도전(김명민)의 세상에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방원은 무명인 초영(윤손하)과 손잡고 정도전이 펼치는 세상의 싹을 자르기로 결심했다. 드디어 마음속 칼을 꺼낸 이방원은 본격적으로 칼을 휘두르기 전 유일한 정인인 분이를 찾아갔다.
이방원은 어머니 연향(전미선)의 일로 속앓이가 심했던 분이에게 눈뭉치를 던지며 장난을 걸었다. 그동안 분이도 이방원 못지않게 혼란스러웠던 상황. 모처럼 장난을 거는 이방원 덕분에 시름을 잊고 웃을 수 있게 됐다.
눈밭을 신나게 달리고 구른 두 사람은 폭신한 눈밭에 누워 행복감을 만끽했지만 이내 이방원은 왈칵 눈물을 쏟았다. 손으로 얼굴을 훔쳐보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갑자기 서럽게 우는 이방원의 모습에 가장 놀란 건 분이는 "무슨 일이냐?"며 물었지만 이방원은 눈물을 참을 수도, 쉽사리 자신의 계획을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지켜주고 싶은 분이에게 '정도전을 배신할 것'이라 말할 수 없었기 때문. 이방원은 "분아, 이제 놀이는 끝났어. 이제 더이상 너랑 이렇게 놀 수 없을 것 같아"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뱉었다. 모처럼 따뜻하게 데워진 분이의 마음이 싸늘하게 식는 순간이다.
이날 유아인은 윤손하를 향해 날카로운 살기를, 김명민을 향해 음흉한 속내를 표현해 시청자의 감탄을 자아냈다. 보는 이를 얼어붙게 만드는 유아인의 카리스마가 폭발한 것.
이렇듯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유아인이었지만 사랑하는 신세경 앞에서만큼은 발가벗겨진 진심을 털어놓는 극강의 변주를 선보였다. 특히 31회 마지막 엔딩은 조선판 '겨울연가'로 불릴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다. 화면의 미장센과 배우의 열연이 어우러진 명장면 중 하나다.
한 회 만에 섬뜩하고 무서운 폭군의 면모를 보이다가 카리스마 넘치는 군왕으로 변신했고 또한 정인을 향한 애절한 로맨스도 펼친 유아인. 안방을 점령한 유아인을 때문에 시청자는 웃고 울어야 했던 6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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