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역대급 한파가 몰려온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극장가는 '훈풍'이 불고 있다. 이달말 '따뜻한'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까지 따뜻하게 하는 '착한 영화'들이 추운 겨울 강추위까지 녹여줄까.
21일에는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의 영화를 통해 '착한 영화' 전문 감독으로 이미지를 굳힌 이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오빠생각'이 개봉한다. 이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니 '오빠생각'은 영화팬들도 인정할만한, 제대로 '착한' 영화다.
'오빠생각'은 한국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전쟁터 한가운데서 시작된 작은 노래의 위대한 기적을 그렸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한국전쟁 당시 어린이 합창단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겨낸 것. 한국전쟁 당시 실제 존재했던 어린이 합창단은 격전의 전장과 군 병원 등지에서 위문공연을 한 것은 물론 휴전 직후에는 미국 전역 순회 공연을 하기도 했으며, 이후 일본, 동남아, 유럽까지 진출하며 현지에서 열띤 환영과 갈채를 받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이 감독 본인은 '착한'영화라는 수식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항상 "내가 만드는 영화가 착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다. 밝은 부분을 영화로 만들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 만든 어린이 합창단 영화이니 어떨지 기대해볼만 하다.
일주일 후인 27일에는 딸을 잃어버린 아버지의 부성애를 그린 '로봇, 소리'가 베일을 벗는다. '로봇, 소리'는 10년 전 실종된 딸을 찾아 헤매던 아버지가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을 만나 딸의 흔적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사실 한국 영화시장에서 로봇이 나오는 영화는 꽤 불리하다. 뚜껑을 열기 전부터 '유치하다'는 선입견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전'의 이호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로봇, 소리'는 로봇물이라기 보다는 휴먼 드라마다. 로봇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장치이자 하나의 상징적 캐릭터다. 딸을 찾아 헤매는 김해관(이성민)이 어떻게 로봇과 교감하는지가 이야기 중심. 마치 'ET'에서 외계인과 아이가 교감하듯, '로봇, 소리'에서는 아버지와 로봇이 딸을 매개로 따뜻하게 교감하고 이를 통해 감동을 선사할 전망이다.
다음 달 24일에는 '순정'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순정'은 2011년 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써니'의 흥행공식을 밟고 있다. 물론 이야기는 다르다. '순정'은 전남 고흥에서 함께 열일곱 시절을 보낸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때문에 캐릭터 면면에 때묻지 않는 시골 느낌(?)이 물씬 묻어난다. 거의 민낯으로 등장하는 김소현 뿐만 아니라 도경수 주다영 연준석 이다윗 등 어린 배우들이 검게 그을린 분장으로 촬영에 임했다. 이들의 성인 역은 박용우 이범수 김지호 박해준 등이 맡아 최근 종영한 '응답하라 1988'이 일으킨 거센 복고바람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 영화 관계자는 "보통 1, 2월 겨울 방학 기간에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이 흥행에서 좋은 성적을 보인다. '7번방의 선물'이나 '국제시장'도 그랬다"며 "올해는 유난히 따뜻한 영화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이 영화들이 어떤 흥행 성적일 보일지가 앞으로 겨울 시즌용 영화를 제작하는데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라고 예측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