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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이준익·강하늘·박정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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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일제 강점기, 시대의 아픔을 노래한 시인 윤동주가 스크린에 부활한다. '서시', '자화상', '참회록', '별 헤는 밤' 등 자아성찰이 담긴 서정시를 쓴 윤동주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영화 '사도'로 600만 관객을 동원한 이준익 감독은 자신의 11번째 연출작 '동주'에 시인 윤동주와 그의 오랜 벗이자 라이벌이었던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스물여덟 짧은 생애를 담았다. 윤동주 역에 강하늘, 송몽규 역에 박정민이 캐스팅돼 연기 호흡을 맞춘다.

18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동주' 제작보고회에서 이준익 감독은 "윤동주의 삶은 송몽규와의 관계성에서 살펴보면 그 여정이 상당히 드라마틱하다"며 연출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이준익 감독은 "윤동주는 너무나 아름다운 시를 남겼지만 그 과정은 밋밋하다. 반면에 송몽규는 결과는 남기지 못했지만 과정은 너무나 아름다웠던 사람이다. 이 영화는 '과정이 아름다운 사람'(송몽규)과 '결과가 아름다운 사람'(윤동주)이라는 설정에서 출발했다. 치열하고 진실하게 살고자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라고 영화를 설명했다.

주연배우 강하늘과 박정민을 캐스팅한 데는 황정민의 적극적인 추천이 주효했다. 아울러 강하늘은 이준익 감독의 '평양성'으로 데뷔한 인연이 있고, 박정민은 옴니버스 영화 '신촌좀비만화'에서의 열연으로 이준익 감독이 평소 눈여겨봤던 배우였다. 이준익 감독은 캐스팅 비화를 밝히며 "황정민이 내 마음을 읽었던 모양"이라고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소원'과 '사도'에 이어 '동주'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준익 감독은 "'평양성' 이전에는 시대와 사건 같은 집단적 가치에 대한 관심이 컸지만, '소원' 이후로는 개인의 가치에 대해 들여다보고 싶은 열망을 갖게 됐다"며 "최근의 세 작품 모두 사람의 이름을 제목으로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존인물을 연기해야 했던 두 주연배우는 부담을 갖고 촬영에 임했다. '쎄시봉' 윤형주에 이어 또 한번 실존인물을 만난 강하늘은 "스스로 내 연기가 정답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관객들이 정답이라 느끼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해야 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처음엔 내가 나를 믿어도 되는지 불안했지만 감독님이 배우가 자신의 연기를 믿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덕분에 잘 마칠 수 있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강하늘은 전체 분량의 절반에 달하는 일본어 대사를 익히고 삭발까지 감행했다.

박정민은 '동주' 출연 제안을 받은 후 윤동주와 송몽규가 태어나고 묻힌 북간도까지 사비로 찾아가 취재를 했다. 그는 "두 인물의 마음을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잘 모른다는 생각에 북간도에 가서 윤동주 생가와 무덤을 돌아봤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존인물에게 피해를 끼치면 안 되기에 부담이 상당했다"며 "남아 있는 기록을 살피며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마음으로 느끼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동주'는 근래 보기 드문 흑백 영화다. 실제 윤동주의 흑백 사진이 대중에게 하나의 이미지로 인식돼 있는 만큼, 영화도 흑백으로 표현하는 것이 사실과 기억에 가깝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일제 강점기 배경으로 인한 제작비 부담도 하나의 이유였다.

강하늘은 '동주'에 대해 "윤동주의 말을 빌려 '한점 부끄럼이 없는' 작품이길 바란다"며 "내 출연작 중에선 처음으로 포장도 뜯지 않은 DVD로 소중히 간직할 수 있는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정민은 "윤동주의 묘소 옆에 송몽규의 묘소가 있는데, 화려한 윤동주 묘소와는 달리 벌초도 안 된 초라한 모습이었다"며 "이 영화가 나온 이후 송몽규뿐만 아니라 당시에 과정이 아름다웠던 분들에 대해 돌이켜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보탰다.

영화 '동주'는 오는 2월 18일 개봉한다.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