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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KCC, 기본에 충실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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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문제인지 대화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전주 KCC 추승균 감독은 분이 풀리지 않는 듯 했다. 17일 잠실학생체육관. 서울 SK에 86대92로 패한 추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실에서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1,2쿼터 잡은 흐름을 3쿼터 단 번에 내준 하루. 2연패도 문제였지만 경기 내용이 문제였다. 좋게 말하면 SK 공격력이 뛰어났고 냉정히 보면 KCC 수비가 기대 이하였다. 추 감독은 "힘이 든 것인지 밸런스가 좋지 않은 것인지 다 같이 모여 얘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90점을 주면서 어떻게 이길 수 있나. 준비한 디펜스가 전혀 나오지 않고 쓸데없는 실책이 많다"고 강한 질책을 쏟아 냈다.

올 시즌 KCC는 KBL 역사에 남을 무실책 경기를 한 팀이다. 지난해 11월1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단 1개의 실책도 범하지 않았다. 1997년 KBL이 출범한 이후 사상 최초의 기록. 더군다나 상대는 최고의 압박수비를 자랑 하는 모비스였다.

당시 KCC는 경기당 평균 실책이 9.6개로 이 부문 3위에 올라 있었다. 전태풍, 김태술이 앞 선에서 효과적으로 볼을 배급하며 안정감 있는 경기력을 자랑했다. 여기에는 추 감독의 지도력도 한 몫 했다. 대행 딱지를 떼고 정식 감독으로 승격한 뒤 팀 조직력을 강화시켰다. 예를 들어, 김효범이 어느 위치에서 패스를 받아 3점슛을 쏴야 하는지, 세밀한 부분까지 손을 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팀 강점이 사라졌다. 42경기에서 461개의 실책을 기록하며 경기당 평균 실책도 10.98개로 상승했다. 2일 인천 전자랜드전 17개, 13일 안양KGC 전 17개, 15일 울산 모비스전 14개, 17일 SK전 11개다. 5라운드 경기 당 실책은 13개. 추 감독은 "앞 선에서 실책이 나오면 그대로 속공이랑 연결된다. 하지 않아야 할 실책이 많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헐거워진 수비도 문제다. 준비한 플레이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사실 올 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팀들은 결정된 상태다. 중위권 사령탑들은 플레이오프에서 가동할 수비나 공격 패턴들을 하나 둘씩 꺼내 시험하는 중이다. 그러나 KCC는 SK전에서 잇따라 엇박자가 났다. 상대 2대2 게임을 대비해 올스타 브레이크 때 맞춰본 호흡이 전혀 맞지 않았다. 추 감독도 "하나도 안 됐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결국 KCC에게 필요한 건 아주 기본적인 부분이다. 디펜스와 턴오버 줄이기. 연패 탈출을 위해서 또 플레이오프에서 원하는 결과물을 얻으려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최고의 테크니션 안드레 에밋, 간간히 노룩 패스를 선서하는 김태술, 제임스 하든을 연구하는 전태풍의 화려함도 결국 수비가 뒷받침 됐을 때 더욱 빛나는 법이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