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응답하라1988' 가족극으로 선회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tvN '응답하라1988'은 앞서 '응답하라1997'과 '응답하라1994'가 첫사랑과 로맨스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쌍문동 골목길에 모여사는 다섯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전세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극했다.
'응답하라1988'은 이번 시즌이 코믹 가족극임을 강조하며 로맨스 보다는 가족과 이웃 이야기가 중심이 될 것을 예고했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이전 시리즈와 연결을 위해 '남편찾기'라는 요소와 함께 첫사랑 코드를 일관성 있게 끌고 왔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첫사랑의 추억이 흘러간 시절에 대한 향수를 더했다.
이번 시즌에서도 '응답하라1988'은 기존 색깔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으로 '남편찾기'를 퀘스트로 마련했다. 여고생 덕선(혜리)를 중심으로 한 풋풋한 로맨스가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고, 김주혁이 연기한 그녀의 미래 남편이 누구일지 추리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하지만 가족극에 초점을 맞추려다 보니 러브라인은 늘어질 수밖에 없었고, 후반부에 이르러 급하게 마무리되면서 결국 개연성마저 잃고 말았다. 초중반까지 정환(류준열)을 중심으로 끌고 갔던 감정선이 18회와 19회에서 갑작스럽게 절단되면서 시청자들은 당황스럽게 했다.
이는 택(박보검)을 응원하거나, 정환을 응원하는 마음과 별개다. '응답하라1988'은 덕선을 향한 정환의 짝사랑을 집중적으로 그려냈다. 상대적으로 택의 감정은 정환의 시선 속에서 더 깊이 있게 드러났다. 시청자들은 정환의 감정에 더 이입할 수밖에 없었고, 정환의 감정이 허무한 고백으로 사라져버리자 덕선의 러브라인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다.
특히 코믹 가족극이라는 장르에 충실하려다 보니 러브라인에 있어서는 지지부진한 전개가 계속 됐다. 7년째 짝사랑 중인 세 남녀의 모습은 애틋하기보다는 언제부터인가 답답함을 유발했다. 결국 '고구마 전개'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결말에 이르러 다소 급하게 마무리지어진 감이 없지 않았다.
이전 시리즈의 공식을 뒤엎는 반전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정환과 택 사이에서 설전을 벌일 만큼 두 캐릭터 모두 매력적임이 분명하다. 다만 정환이 오랫동안 숨겨온 마음을 정리하고, 덕선이 택과 연인이 되는 과정이 자연스럽지는 않았다는 것이 많은 시청자들의 의견. 시청자들이 덕선과 택이의 감정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지 못한 듯 하다.
가족극이라는 변화는 기존 시리즈와 차별화된 신선함을 가져왔고, 이는 분명 시리즈 세 번째 성공에 큰 역할을 했다. 다만 전작들과의 색깔 변화에서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고, 이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만약 '응답하라' 시리즈 다음 편이 나온다면, 조금 더 조화로운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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