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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타자 김현수? 벅 쇼월터 감독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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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 오리올스 김현수는 두산 베어스 시절 주로 3번타자로 활약했다.

지난해에는 3번타자로 360타석, 4번타자로 270타석에 각각 들어섰다. 2006년 데뷔 이후 통산 4769타석 중 3번타자로 3252타석에 출전했다. 비율로는 68.2%다. 이 기준으로 4번타자(886타석)로는 18.6%, 2번타자(359타석)로는 7.5%의 타석 비율을 각각 기록했다.

그런데 볼티모어에서는 김현수가 톱타자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USA투데이는 지난 7일 볼티모어의 타순을 전망하면서 '김현수가 1루수와 외야수를 볼 수 있고, 볼티모어의 약점이었던 왼손타자와 출루율을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김현수를 1번타자로 소개했다.

USA투데이의 예상은 어느정도 합리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볼티모어가 김현수를 높이 평가하는 부분은 좌타자로서 삼진이 적고 출루율이 높다는 것이다. 중심타선보다는 테이블세터, 특히 톱타자로 나설 경우 볼티모어의 득점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USA투데이는 김현수에 이어 2번 매니 마차도, 3번 애덤 존스, 4번 맷 위터스, 5번 마크 트럼보, 6번 조나단 스쿠프, 7번 지미 파레데스, 8번 J.J. 하디, 9번 놀란 레이몰드 순으로 라인업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는 크리스 데이비스가 계약을 맺기 이전이었다.

데이비스는 오랜 협상 끝에 지난 16일 볼티모어와 7년간 1억6100만달러 재계약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체검사만 남겨놓고 있어 조만간 공식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데이비스가 잔류함에 따라 볼티모어는 중심타선 후보들이 차고 넘친다. 데이비스를 비롯해 마차도와 존스, 트럼보, 위터스 등이 중심타선에 포진할 수 있다.

데이비스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메이저리그 타자들 중 가장 많은 159개의 홈런을 쏘아올렸다. 데이비스는 지난해 4번타자로 94경기에 출전했고, 5번타자로 36경기, 3번타자로 22경기에 각각 나섰다. 올시즌에도 붙박이 4번타자로 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존스는 지난해 27홈런을 비롯해 최근 4년 동안 121홈런을 때렸다. 지난해말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이적한 트럼보는 지난해 22홈런을 포함해 최근 5년간 131홈런을 날렸다. 이들만 가지고도 중심타선 조합을 다양하게 꾸릴 수 있다.

과연 김현수에게 가장 어울리는 타순은 어디일까. 벅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 입단 이후 아직 타순에 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김현수가 톱타자로 나서는게 이상적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김현수에게 1번은 낯선 자리임은 틀림없다. 또 김현수가 톱타자를 선호할만한 뚜렷한 이유도 없다. 맞히는 능력, 선구안이 뛰어난 김현수는 베이스러닝 측면에서 이상적인 톱타자는 아니다.

하지만 볼티모어에는 확실한 톱타자감이 없다. 지난해 볼티모어 톱타자는 3루수 매니 마차도가 주로 맡았다. 111경기에서 선발 톱타자로 나섰고, 2번타자로는 21경기, 3번타자로는 12경기에 각각 출전했다. 마차도는 지난해 팀내서 가장 많은 20개의 도루를 올렸다. 그런데 마차도 역시 베이스러닝보다는 장타력이 뛰어난 선수다. 지난해 타율 2할8푼6리, 출루율 3할5푼9리에 35홈런, 86타점을 기록했다. 2012년 데뷔 이후 홈런과 타점에서 개인 최다기록을 수립했다. 마차도를 중심타선에 포진시키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이 점에서 출루율에 대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는 김현수를 1번에 기용하는 것은 타당성을 지닌다. 확실한 거포들이 많은데 김현수를 굳이 이들과 묶는 것은 소모적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쇼월터 감독의 결정을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