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 루키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가 새 시즌을 앞두고 타격 훈련을 시작했다. 그는 최근 친정팀 넥센 히어로즈의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훈련 캠프에 합류해 있다. 여기서 옛 동료들과 함께 훈련한 후 2월 중순 미네소타 구단의 플로리다 스프링캠프로 이동할 예정이다.
박병호가 2016시즌 미네소타에서 맡을 역할은 지명타자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해봐야겠지만 박병호의 타순은 처음엔 5~7번 정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미네소타 구단에선 박병호에게 장타력 즉 홈런을 기대한다.
박병호는 KBO리그 대표 슬러거라는 훈장을 갖고 빅리그로 진출했다. 과거 '아시아의 홈런왕'이었던 이승엽(삼성 라이온즈)도 하지 못했던 2년 연속(2014년 52개, 2015년 53개) 50홈런 기록을 달성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박병호의 홈런 페이스가 최근 4년 동안 해를 거듭할수록 상승세라는 점이다. 투수들의 견제 속에서도 4년 연속 홈런 타이틀을 유지했다. 홈런수는 31개→37개→52개→53개로 올라갔다. 넥센의 홈구장이 국내 10개 야구장 중에서 홈런이 가장 많이 양산된다는 점을 감안할 수 있다. 또 KBO리그와 빅리그 투수의 기량차도 고려해야한다. 그렇더라도 2년 연속 50홈런 이상을 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박병호가 빅리그 첫 해 몇 홈런을 칠 지를 두고 이미 많은 예상이 쏟아졌다. 최대 27홈런까지 나왔다. 적게는 10개 남짓에 그칠 수도 있다는 예상도 있다. 평균 예상치는 20개 안팎이다.
이 예상이 현실로 이어진다면 박병호는 아시아 출신 타자로 MLB 첫 해 최다 홈런을 기록할 수 있다.
지금까지 아시아 선수로 첫 시즌 가장 많은 홈런은 일본 마쓰이 히데키의 16홈런(2003년 뉴욕 양키스)이다. 그 다음은 강정호가 지난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기록한 15홈런이다.
마쓰이는 박병호에 앞서 29세의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도전, 아시아 타자로 홈런 역사를 썼다. 그는 2002년 친정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한시즌 개인 최다인 50홈런을 날린 후 미국으로 갔다. 마쓰이는 NPB리그에서 10년간 332홈런을 기록했다.
마쓰이는 빅리그 10년 동안 지명타자와 외야수를 오가면서 총 175홈런을 쳤다. 진출 첫 해, 낯선 투수들에 적응하느라 16홈런으로 주춤했지만 두번째 시즌에 한 시즌 최다인 31홈런을 기록했다. 이 31홈런은 아시아 출신 선수의 한 시즌 최다 기록이다. 마쓰이는 2012시즌 후 은퇴할 때까지 다시 30홈런 고지를 넘지 못했다.
한국 선수로는 KBO리그를 거치지 않은 추신수가 한 시즌 최다 22홈런(2010년, 2015년)을 기록했다. 올해로 빅리거 12년차인 추신수는 통산 139홈런을 기록 중이다.
박병호와 마쓰이를 동등한 조건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한국과 일본 리그의 수준, 홈구장, 상대 투수 등의 차이를 같은 기준으로 보고 환산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박병호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첫 해 30홈런 고지를 바로 넘기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먼저 박병호가 시즌 전체 경기(162경기)의 절반을 해야 할 미네소타 홈구장 타깃 필드의 파크 팩트(ESPN닷컴)를 봤을 때 1.058로 양키스의 홈 양키스타디움(홈런 파크 팩트 1.251) 보다 적다. 타자 친화적이기는 하지만 홈런을 치기가 양키스타디움 보다 어렵다.
2015시즌 MLB리그에서 30홈런 이상을 친 선수는 20명이다. 지난해 미네소타 구단 최다 홈런은 28개(브라이언 도지어). 2014년엔 23개(도지어), 2013년엔 18개(도지어)였다. 미네소타 구단에서 가장 최근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건 2012년 조시 윌링엄의 35개다.
박병호 보다 1년 먼저 MLB에 도전한 강정호는 2015년, 공수에서 KBO리그 출신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강정호는 타석에서 상대 투수의 150㎞를 훌쩍 넘기는 빠른 직구에 잘 적응했다. MLB 전문가들은 박병호의 연착륙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박병호는 "최대한 홈런을 많이 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