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자동차를 볼 때 차만 보는 것은 아니다.
차의 가격- 품질 뿐 아니라,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의 역할과 활동 등 다양한 측면을 모두 고려한다.
소비자가 수입차를 사려는 이유는 차의 품질이 좋고, 가격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국산차를 멀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차보다는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새차를 구입한지 1년 이내인 소비자들에게 그 차를 사면서 그리고 산 후에 경험한 '고객관리', 그 차의 기능?성능 등 '제품 품질', 경험한 'A/S', 그리고 그 차 제작사의 모든 측면(제품, 서비스, 이미지 등)에 대해 평가하게 했다.
10점 만점에 몇 점을 줄 것인지 물어 각 측면의 체감만족도(1,000점 만점)를 구했다.
그 결과 4개 측면중 '종합적인 회사만족도'와 자동차 '품질'에 대해서는 수입차가 국산차를 크게 앞섰다.
'A/S'는 국산차가 다소 앞섰고, '영업 및 고객관리'에서는 비슷한 수준이었다[표1]. 국산과 수입 간의 차이를 보면 '회사만족도'에서 수입차 751점, 국산차 698점으로 53점의 가장 큰 차이가 있었다.
다른 점수와의 관계를 보면 이런 큰 차이가 나온 이유는 국산차의 '회사만족도'가 유별나게 낮기 때문이다.
국산차의 '회사만족도'는 유일하게 700점 미만일 뿐 아니라, 차상위 점수인 '영업/고객관리'(721점) 보다도 20점 이상 낮았다.
국산차의 경우 소비자가 선택해 그 회사의 차를 샀고 그 차에 대해 비교적 만족하지만, 그 회사에 대해서는 만족해 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수입차의 경우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회사만족도도 낮지 않았다.
새 차를 산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소비자들이 자동차회사에 대해서 그리 부정적이라면, 차를 구입할 계획을 갖고 있는 소비자의 평가는 어떨까? 2년내 새차 구입계획자들에게 '연구개발 능력', '대 고객관계', '경영' 등의 12개 측면에서 한국 자동차회사가 어느 정도 국제경쟁력이 있다고 보는지를 물었다.
전체 계획자가 5점 척도에서 상위 2범주(세계 최고 수준 + 평균 이상 수준)로 평가한 비율을 보면 '마케팅 능력'이 49%로 가장 높게 평가되었고, 그 다음은 '디자인 능력'(48%) 등의 순서였다[표2]. 주요 차원별로 보면 '마케팅 능력'에 대한 평가가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연구개발 능력'이었다.
'제품 신뢰성'은 이 보다 낮았으며, '고객지향성'에 대해서는 더 부정적이었고 '경영 행태'에 대해서 가장 낮은 점수를 주었다.
요약하면 국내 자동차회사들이 '능력'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있지만, '제품'은 미흡하고, '경영 행태'는 후진적이라고 봄을 알 수 있다.
국산차와 수입차 계획자를 나누어 보면 수입차 계획자가 12개 측면 모두에서 훨씬 더 비판적으로 국내 자동차회사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덕적/사회적 책임 인식', '경영의 투명성', '노사 화합'등 윤리적인 측면에 대해 소수(11%)만이 경쟁력이 있다고 보았다.
이 결과는 한국 소비자들이 국산 자동차회사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이들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때문이 아니라, 경영의 폐쇄성과 난맥상에 있음을 암시한다.
또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국산차 구입계획자도 회사가 좋아서 국산차를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일 뿐이다.
많은 소비자가 수입차로 옮겨 가려는 태도의 이면에는 제품-서비스에 대한 불만 보다는 국산차 회사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능력은 있지만 윤리적으로는 좋게 평가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런 소비자들이 수입차를 실제보다 더 매력적으로 판단하고 옮겨가려는 것은 자연스럽다.
신지우 기자